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국내 아파트 공급은 1990년대 주택건설 200만 가구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전체주택 재고 중 아파트의 비중은 59.9%를 차지한다. 누구나 한번쯤 이런 질문을 해보지 않았는가. 아파트의 인기나 선호도는 미래에도 지속될 것인가? 아파트의 가치는 계속 상승할 것인가?
먼저 한국인이 얼마나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는지를 알아보자.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트렌드모니터와 이지서베이가 한·중·일·대만 4개국 성인남녀 각 1,000명씩 총 4,000명을 대상으로 주거 공간 관련 선호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인의 아파트 주거희망 정도가 58.6%로 가장 높게 조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80년 4.9%에 불과했던 아파트 거주가구 비율은 해마다 증가해 2015년 59.9%로 높아졌고, 1980년 전체 가구의 89.2%가 거주했던 단독주택 비율은 35.3%까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계층별 주택유형을 보면 저소득층일수록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고 고소득층일수록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다. 2016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소득가구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은 28.7% 이지만 고소득층은 74.5%이다.
2014년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에서 이사계획이 있는 가구의 희망 주택유형으로 아파트가 1위(62.5%)이다. 그리고 아파트에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비율은 11.3%에 불과하지만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이사한 비율은 무려 83.1%에 달해 아파트의 높은 인기와 주거선호도를 확인할 수 있다.
왜 한국인은 아파트를 좋아할까? 지난 반세기 동안 아파트가격 상승폭이 임금상승 또는 물가상승률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아파트는 단독주택에 비해 환금성이 뛰어나 가격상승력이 높았고, 이에 전세금을 레버리지 삼은 투기가 성행하고 있다. 아울러 아파트는 생활하기가 편리하다. 아파트를 방문하는 외부인들은 대부분 경비실을 통하게 돼 입주자들은 원치 않는 사람의 방문과 소통을 거부할 수 있다. 중산층 아파트 단지에는 피트니스 센터, 카페, 어린이집 등 각종 편익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아파트 선호의 배경에는 주거상향욕구가 깔려있다. 아파트의 상품가치는 물론 한국사회의 중산층의 보편적 주거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저소득층에서 중산층으로 진입하려는 첫째 조건으로 아파트 입주라는 등식이 성립하고 있다. 즉 단독주택과 다가구(다세대)주택과 달리 아파트단지는 녹지와 편의시설 등을 갖춘 주거환경으로 인해 중산층의 주거지역으로 정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급격하게 진행된 핵가족화와 여성의 경제활동은 ‘아파트 선호 주도 사회’로의 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단독주택 생활에 비해 가사 노동 시간이 단축되는 아파트의 수요는 급증하게 됐다.
그러면 미래에도 아파트는 지속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주거형태일까? 아파트를 선호하는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지만 향후 아파트 선호는 현재와는 다른 양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아파트 브랜드와 위치에 따른 계층분리가 이뤄지고 있다. 매경이코노미와 오픈서베이가 국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종합 순위 1위는 삼성물산의 ‘래미안’이, 2위는 GS건설 ‘자이’, 3위는 롯데건설 ‘롯데캐슬’이었다. 점차 아파트 브랜드는 인기도와 가격의 결정요소로 작용한다.
아파트는 진화한다. 종전의 천편일률적인 아파트가 아니라 테라스와 다락 등의 특화설계로 단독주택의 장점도 살리고 1인 가구에 적합한 초소형 아파트가 등장하게 된다. 아울러 아파트를 쉽게 리모델링(개보수) 할 수 있는 ‘장수명 아파트’가 인기를 얻게 될 것이다. 이처럼 아파트는 진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주거행태로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가 지닌 문제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아파트가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킨다거나 단지 내 시설이 거주자들에게만 독점적으로 이용돼 폐쇄성을 심화하기도 한다. 기술의 발달로 화재, 지진 등 재해를 예방할 수 있지만 최근 국내외 고층아파트 화재로 아파트 입주민의 불안은 여전하다. 아파트의 미래는 진화하고 혁신한다는 전제해 당분간 한국인이 선호하는 주거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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