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곤포유람선선착장, 부산 시티투어를 탔다고 팔찌를 낀 사람은 2,000원 할인을 하여 8,000원으로 승선을 하고 우리는 할인도 없고 우대도 없어 1만원으로 승선을 한다. 태종대는 유람선을 타야만 한다. 암석 해안의 아름다운 절경은 유람선을 타야만 한다. 기암절벽에 부딪치는 하얀 파도, 태종대의 아랫도리를 애무하는 파도는 아직은 사랑이 서툴다. 저렇게 힘차게 밀어붙이면 속세에선 성폭력이라고 하던데. 속살을 헤집는 바다의 손짓과 해조음은 유람선을 타면 더욱 선명하게 보이고 더욱 확실하게 들린다. 무슨 설명이 필요 있으랴. 모자상, 전망대, 망부석, 신선바위, 영도등대, 오륙도, 주전자 섬, 자갈마당…. 유람선을 타고 보면 금방 갓 구워낸 태종대의 따끈따끈한 ‘조약돌 빵’처럼 황홀하다. 유람선을 따라오는 갈매기도 유람꾼인가 보다.
바다는 지금 제철을 만났다. 대한민국 257개 해수욕장이 개장을 하고 물장구 소리 청춘을 헹가래 한다.
햇살이 뜨거울수록 좋은 계절이다. 지금은 김남조의 ‘겨울바다’가 아니라 김영랑의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인‘바다로 가자’다.
초불확실성시대라 해도 공존해야만 하는 현재명의 ‘희망의 나라’다.
배를 저어가자 험한 바닷물결 건너 저편 언덕에/산천 경개좋고 바람 시원한 곳 희망의 나라로/돛을 달아라 부는 바람 맞아 물결 넘어 앞에 나가자/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한 곳 희망의 나라로

오늘은 내 살을 내주고 상대 뼈를 끊는 모진 육참골단(肉斬骨斷)도 접어두자. 큰 것을 위해 대신 말라죽는다는 이대도강도 잠시 잊어버리자.
시원한 ‘소리새’의 바다로 가자. 시원한 파도소리 들으며 갈매기 노래하고 사랑과 추억이 있는 곳, 내 맘에 여인이 있고 백사장 모래밭에 흔적을 남기고, 첫사랑 그 여인이 떠오르는 바다로 가자.
나도 높은음자리의 ‘바다에 누워’처럼 저 코발트 바다에 누워 해 저문 노을을 바라보고 싶다. 지금 파란 하늘에 그리는 순백의 순애보 구름은 청치마를 입은 하늘새댁이 주는 솜사탕으로 덤이다.
파도의 침식에 의해 형성된 기암괴석과 울창한 난대림, 굽이치는 창파와 푸른 바람, 극락세계에도 유람선이 있다면 구경은 태종대와 같은 이런 것이리라. 내가 하는 행위는 윤회하는 속세에 머물되 마음은 열반 속에 머문다는 보살이 지금 우리들이다. 성불을 이미 하였는데 아직도 보살로 머무는 관세음보살은 이런 좋은 구경 때문이 아닐까 보냐.
그 어떤 상처 난 것들도 다 받아주고, 그 어떤 위험한 것들도 다 끌어안는 바다. 태풍이 지나가도 언제나 그 자리, 엄동이 오고 땡볕이 와도 피할 줄 모르고 그 자리를 고집하는 바다. 아버지의 넓은 마음이요, 어머니의 따뜻한 가슴이 바다이지만, 바다가 성을 내면 얼마나 무서운 바다가 되던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나 멜빌의 ‘백경’에서는 사생결단으로 투쟁하는 장소가 바다다. 바다에 나간 지 85일째 되던 날 노인은 커다란 청새치를 잡고, 그걸 상어에게 다 빼앗기고, 그래도 오두막에서 사자 꿈을 꾸는 노인과 바다.  광활한 바다에서 처절하게 벌어지는 고래와 인간의 숨 막히는 싸움, 피비린내 나는 불요불굴의 의지가 용광로가 되는 백경. 삶이 지쳤을 때 바다로 가는 우리들의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닐까. 
바다는 불교의 핵심이요 뿌리인 반야심경이기도 하다. 생겨나지도 없어지지도 않으며, 깨끗한 것도 더러운 것도 없으며, 줄어드는 것도 늘어나는 것도 없다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이요 불구부정(不垢不淨)이며 부증불감(不增不減)이 바다다. 한 개의 꽃이 되고 한 개의 과일이 되는 것도 아픔이 있다는데, 바다가 저렇게 시퍼런 까닭은 아픔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수억 년을 무엇이든지 받아만 주는 어머니 같은 바다.
우리 집 앞 시의 거리에 있는 유안진의 시 ‘바다, 받아’가 생각난다.

우주의 첫 생명체가 시작되었다는/아폴리디테가 태어났다는/바다에, 밀물이 들고 있다//뜨거운 것이 짜거운 것이/뜨겁고도 쓰라리게 목젖까지 차올라/어머니! 외마디가 터져 나왔다//산에 묻힌 어머니(母)를 바다(海)에서 부르다니/하해(河海)같은 어머니라고 해서 그랬을까//세상의 강물이란 강물을 다 받아주어서/세상의 무엇이나 다 받아주는/아무리 받아주어도 넘치지 않는 바다는/천만가지 세상높낮이를 가리지 않고 받아준다고 바다이지//천만가지 이름으로 천만번을 불러도/다만 바다일 뿐/받아주는 어머니(母)가 있어서/어머니의 눈물(?)이 있어서 바다(海)이지.

갈치조림과 생선구이로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는 송도로 간다. 송도의 케이블카를 타러 간다. 송도의 케이블카는 야경이 좋다고 하여 조금 늦게 계획을 세운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