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장의 시선

 

 


김 호 열  주택관리사
인천 산곡한양7차아파트 관리사무소장

관리사무소장은 외롭다. 특히 문제에 봉착하고 있으면 더욱 외롭다. 왜 외로울까?
주변에 관리사무소 직원, 입주자대표, 관리회사 직원, 입주자 등이 있어도 관리소장은 외롭다.
인간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주위의 인간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의 문을 열었을 때 받게 되는 상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허례의 가면과 겉옷을 다 벗어버린 채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민낯과 알몸을 보여줬을 때 상대방이 이를 따뜻하게 수용하고 지지해주는 게 아니라 그 모습을 평가하고 약점을 찾아내고 심지어는 상처까지 낼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마음을 열 수 없는 것이다.
주위의 사람들을 믿을 수 없기에 가면은 더 두꺼워지고 겉옷은 더 두터워지면서 진짜 나의 모습을 감추게 된다.
주위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까지만 안전하게 형식적인 형태의 관계를 맺기에 깊은 유대감을 가질 수 없다. 그런 연유에서 모 관리소장은 관리소장이란 위치를 ‘산등성 비탈진 바위 위에 우뚝 선 외로운 소나무’에 비유했다. 우리는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또 고민하게 된다.
당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이를 털어놓고 의논할 상대를 가까운 주위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관리사무소 직원의 경우 관리소장과는 입장이 다르기에 관리소장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관리소장을 도와줄 수도 없다.  관리소장의 큰 고민사항은 주위의 누구에게도 말하기 곤란한 미묘한 사항이다.
비밀스러운 사항을 누군가에게 밝혔다가 이것이 주위에 알려지면 관리소장은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알린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되지 않는 법이다.
관리소장은 정말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 가장 큰 외로움을 느낀다. 주위에 믿고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관리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의한 사항을 성실히 집행할 의무가 있다. 관리소장은 입대의에서 결의한 사항을 성실히 집행했는데 이것이 차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럼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이를 의결한 입대의에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에 대한 책임을 관리소장에게 묻는다.
사소한 것이라도 잘못되면 책임은 관리소장의 몫이다.
관리소장이 모든 문제를 예상하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관리사무소 조직은 탄탄한 구조를 갖추기가 쉽지 않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쉽게 소속감이 떨어지고 이직도 쉽게 한다. 직원은 관리소장의 권위가 나약함을 알기에 오히려 관리소장을 얕보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조직을 끌어안고 단단한 조직으로 만들려고 고군분투해야 하는 게 관리소장이다.
관리소장은 허술한 구조물을 유지하려고 혼자서 떠받치면서 버둥대는 외로운 기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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