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29>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공자는 나이 70이 되니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해도 모나지 않는다는 종심소욕 불유구(七十而 從心所欲 不踰矩)를 말하는데 70년만 살면 아무나 그렇게 되는 것일까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고(志學) 30세에 스스로 설 만큼 성장하며(而立), 40이 돼 흔들리지 않고(不惑), 50세가 돼 하늘이 나를 태어나게 한 이유를 알겠으며(知天命), 60세가 되니 귀가 순해져서 가려들으며 노하지 않는(耳順) 과정을 바르게 모두 거쳐야 종심지경이 되지 않을까요?
1. 관리의 종심(從心)은 무엇인가
관리는 공동주택관리령으로 시작해 주택법을 거쳐 공동주택관리법으로 정착됐는데 전문법령이라고 하면서도 1년도 안돼 벌써 10여 차례 이상 의원입법으로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또 누더기 법률이 돼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관리가족의 숙원이었던 관리전문 법령이 종심지경은커녕 제대로 서기도 전에 이리저리 혹하고 있는데 자기 집의 사랑채를 동네사람에게 개방하라는 주민공동시설 공동이용을 허용하는 시행령, 임차인대표회의와의 공동결정을 법으로 강제해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 등 모두 한쪽의 논리에 치우쳐 종심지경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잘못되거나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하지만 종심은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입법 활동 건수 욕심 때문에 생각날 때마다 한 건씩 발의해서는 혼란만 커지게 됩니다.
2. 종심지경에 이르는 길
종심이란 오랫동안 공부하고 익힌 것이 몸에 녹아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히 지식만 가지고는 안 되고 실제 적용과정에서 부딪치고 깎여서 모나지 않은 공동선을 만들어야 가능합니다. 당장 이 문제만 해결하고 보자는 근시안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또한 형평을 잃은 곡학아세(曲學阿世)를 해서도 안 됩니다. 어리석은 사람만이 큰 소리가 나면 제 귀를 막고 눈을 감고는 하늘을 가렸다고 생각하는 법입니다. 모든 제도의 견제와 균형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입니다. 나만 옳다는 사람은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견월망지(見月忘指)의 함정에 빠집니다. 반면교사(反面敎師)란 다른 사람의 잘못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인데 무조건 반대로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부분 자기생각이 부족한 사람이지요. 과거는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입니다. 나에게 불리한 것을 먼저 생각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위험에 빠집니다. 과거는 어제의 오늘이니까요.
3.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
다기망양(多岐亡羊)이란 대안이 너무 많아 선택이 어려운 경우를 말합니다. 수단이 달라도 방향은 같아야 합니다.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갈림길을 만나면 다시 입구로 돌아 나오는 것입니다. 공동주택의 관리가 사적자치의 원칙에서 벗어난 지 오랩니다. 그냥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소장에게 맡겨 둬서는 입주민의 공동이익을 지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지요. 내 집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좁은 지역에 고층으로 건설된 공동주택은 재건축의 효율성이 불가능할 만큼 사회재가 됐으니 입대의 의결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몇몇 대표들의 비위만 맞추면 되던 관리의 시대는 사라진 지 오랩니다. 관리가 길을 잃지 않으려면 초심으로 생각하면서 억지 논리를 합리화시키는 견강부회(牽强附會)에서 벗어나야 하고 관리는 문제해결이 아니라 예방이므로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라도 미리 공부해 둬야 합니다. 문제가 생긴 후 규정집을 펴면 종심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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