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최  타  관
주택관리사

“감정노동자의 긴급피난권을 보장하고 산재보험 적용을 골자로 하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제정하겠습니다. 감정노동자들에게 말하지 못한 눈물이 배어 있습니다. 이제 그 눈물을 닦아줘야 합니다.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사항 중 하나다.
9월 22일 시행되는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제6항의 경비원 관련 법 조항으로 인해 그리고 2017년도 최저임금의 16.4% 상승에 따른 공동주택의 고민!
언론의 관심이 갑질행태와 경비실에 에어컨을 달아주는 선한 입주민들에 관한 이야기 등 두 갈래로 종편이 시끌시끌한 이때에 유독 관심의 대상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관리사무소와 시설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이다.
“우리 집에 전등 나갔어요. 빨리 고쳐주세요” “지금은 직원들이 모두 다른 세대에 작업을 나가 마치고 돌아오면 올라가겠습니다” “그런 건 모르겠고 당장 올라오세요” “죄송합니다. 직원들이 작업 마치고 내려오면 바로 사모님 댁을 제일 먼저 올려 보내겠습니다” “아! 필요 없고 지금 당장 올려 보내세요. 니들이 누구 때문에 먹고 사는데~~ 띠띠띠…” 물론 모든 입주민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음에 상처를 주는 한사람이 마음에 정을 주고 기쁨을 주는 몇 사람보다 더 큰 상심과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인 자살이라는 생명 단축의 현상들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분야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감정노동자로 분류할 수 있다면 여타의 다른 직종에 비해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감정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기에는 너무 열악한 조건 속에 근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마다 느끼는 강도나 방향성의 문제가 뒤따르겠지만 적어도 20년 넘도록 공동주택 관리 분야의 최일선에서 근무해온 필자로서는 관리사무소 근무자들은 분명하게 감정노동자의 부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심지어 어느 단지에서는 직원들이 가구 전용부분 업무 서비스를 위해 방문해 작업하던 중 식탁을 망가뜨렸다고(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작은 상처) 주장해 ‘관리사무소장을 고소하겠다, 위탁사 본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해 곤혹을 겪었던 적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용부분 업무는 서비스 업무에 해당하는 것에 대한 확인서나 각서를 받고 여러 가지 문서적인 장치를 보완해도 큰 도움이 되질 않는 것이 관리사무소 일이다.
표면적으로 크게 표시 나게 입주민들의 얼굴을 대면할 수 있는 직종이 아닌 시설직원들의 경우 알려지지 않은 비화들이 너무나 많아 책을 써도 족히 여러 권은 나올 듯싶다.
경비원의 문제가 사회화돼 가고 최저임금제가 국가의 중책인양 떠들어 그에 맞는 노동자 정책을 입안한다고 큰소리치지만 공동주택 관리의 한편에서는 한숨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최저임금제에 저촉되지 않는 시설직원들의 경우 급여는 늘 제자리에 묶여 있는데 반해 경비원이나 미화원들의 급여는 매년 상승하니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자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따서 그 자리에 앉아 있은들 사회의 관심은 점점 더 냉랭해지기만 하고 이젠 경비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가면서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먹고 급여는 경비원과 같아지는 현상들이 발생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제도의 그늘 속에 감춰진 눈물을 바라보다 보니 이런 주장도 필요하다 싶어 몇 자 긁적거려본다.
관련 협회나 정책 관계자들은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 전국 30만 근로자 중 법의 테두리 안에서조차도 종놈 취급 받아가며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안간힘으로 버티는 관리사무소 관리직, 시설직 직원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제정되면 당연히 공동주택 관리자들도 그 법의 보호체계 아래 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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