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대와 수국

윤용수의 에세이 윤용수l승인2017.08.02 18:00:19l10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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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강서구 명지동과 사하구 신평동을 잇는 자동차 전용도로 을숙도대교는  철새도래지문제로 곡선구간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시원한 을숙도대교를 지나 태종대로 간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과 구비치는 파도가 절경을 이루는 태종대는 언제 보아도 감탄이다. 그림자조차도 볼 수 없을 만큼 빨리 달리는 ‘절영명마’를 생산한 섬이라는 절영도가 줄여서 영도라 했다던가.
태종무열왕이 빼어난 해안절경에 취해 머물며 심신을 쉬었다는 장소라 하여 영도의 끝자락을 태종대라 이름 붙였다지. 오늘은 태종대의 태종사에서 제12회 수국 꽃 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날이라 우리 일행은 차를 주차시키기가 바쁘게 다누비열차를 타고 우선 태종사로 간다. 도성스님을 주지로 하여 1,700여 명의 신도가 있다는 태종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이다.
수국이다. 40년 이상을 소중히 가꿔온 30여 종 5,000여 그루의 수국이 꽃 대궐을 이룬다. 태종사 경내는 물론 온 천지가 수국이다. 연꽃 위의 보배 궁전이 연화궁이라면, 수국 위의 보배 궁전은 수국궁이다.
태종사는 지상에 있으면서 천상에 있는 수국궁이다. 수국은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꽃이나 잎, 뿌리가 모두 약재로 쓰이기도 한단다.
예쁜 여인을 만날 때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한 열이 나는 증상이 있는 사람은 ‘수국 차’ 한 잔을 미리 마셔두는 것도 좋으리라. 수국이 심장을 강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하니 말이다. 불교 하면 연꽃이 떠오르지만, 수국도 그에 못지않은 향기와 자태가 있다.
꽃송이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한 송이의 꽃송이에 가지에 가지가 나고 수많은 꽃잎이 물방울처럼 모여 물 국화인 수국(水菊)이 되었다. 물을 담는 보석, 물을 머금은 천사라는 수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꽃 색깔을 달리한다. 처음은 초록색이었다가 연한 자주색으로, 하늘색으로, 연한 홍색으로…. 수국은 자유자재로 중생을 이익 되게 하는 무수한 색깔을 지닌 마니주다. 꽃잎의 변화가 있는 이 신비로움은 수시로 변해가는 우리네 사랑을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아니면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다던 사랑이, 네 때문에 내가 도저히 못살겠다는 처절한 사랑이 되기도 하고, 그만 하면 끝나는 것이 인생인데 왜 그때는 미처 몰랐을까 하는 통곡이 되기도 하는 우리네 사랑. 그래서 수국의 꽃말도 변심이니 냉담이니 교만이니 허풍이니 무정이니 바람이니 많은가 보다. 나는 결론을 내린다. 수많은 색상으로 피어나는 건 우리가 좋아하는 근기에 따른 방편이고, 꽃 전체가 둥근 걸 보면 불교의 원융무애와 대자대비와 같지 아니한가. 아무리 짙은 향기로 유혹을 해도 탐스럽게 둥근 원융무애와 대자대비의 수국이라, 중생들이 질투심으로 꽃말을 만들어 내지나 않았는지.
사찰에는 수국과 비슷한 불두화가 많다. 부처님의 머리를 닮았다는 불두화는 향기도 없고 암술도, 수술도 없어 열매도 없고 씨도 없다. 수국과 달리 벌과 나비를 유혹할 줄도 모르는 중성화의 꽃 불두화는 부처님의 머리를 닮고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 불두화의 꽃말은 제행무상이다. 수국이 감정에 따라 이리저리 변해가는 세속적인 모습의 꽃이라면 불두화는 부처처럼 성으로부터 초월하고 중도로 중생을 구원하는 모습의 꽃이다.
어쨌거나 태종사는 수국과 함께 문화축제도 곁들여 특설무대엔 음악이 흐르고 학춤과 선비춤이 날개를 펼친다.
붉은색 수국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결혼을 한다고 하니 붉은 수국 앞에서 유독 사진을 많이 찍는 연인들. 수국은 소녀의 꿈도 있다고 하니 나이 많은 할머니들도 아직은 소녀인가 보다. 수국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정말로 소녀 같은 할머니들이 많다.
석가모니의 진신사리, 스리랑카 국무장관으로부터 선물받은 보리수, 그리스 국립박물관장에게 기증받은 올리브나무도 태종사에 있다.
여름의 진객인 수국 사이를 거니는 관광객들이 각가지 색상으로 모두 향기로운 수국이다. 울창한 송림을 비롯하여 200여 종의 수목이 우거진 태종대는 대자연의 식물원이다. 태종대는 수많은 씨앗들이 피워낸 화원이다. 씨앗들의 위대함이다. 아동문학가 유경환의 ‘꽃씨’다

꽃씨 한 알이/영글기 위해서/봄여름 가을이 있다// 꽃씨 한 알이/흩어지기 위해서/바람이 있다꽃씨 한 알이/이렇게 작아도/숨결이 있다//꽃씨 한 알이/이처럼 소중한 것인 줄/몰랐다//우리는/우리도 꽃씨인 줄을/모르고 있다

세상의 꽃말들을 종합해서 귀납해보면 사랑이고, 역시 꽃보다 아름다운 건 우리가 너무 바빠 꽃씨인줄도 모르고 사는 우리들이 아닐는지.
곤포유람선선착장으로 간다.

 

윤용수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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