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27>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정직(正直 Honesty)은 거짓이 없는 것을, 솔직(率直 Frank)은 숨기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데 인터넷 검색을 자기지식인 양 커닝하는 교활(狡猾 Cunning)한 행동이 일반화돼 검색능력을 실력처럼 여기고 도청도설(道聽塗說)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검색한 지식의 정확성을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서 공부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니 문제입니다.
1. 정직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사람
거짓이 없는 정직한 사람이 지혜롭지 못하거나 무능하면 어떻게 될까요? 자기의 능력범위 안에서 정직한 사람은 외골수에 빠지기 쉽고 능력 밖의 일은 타협이 안 되는데 문제는 이런 사람과 어떻게 함께 일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또 스스로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솔직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야 할 때는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것이지요. 스스로 정직의 테두리 안에서 자기를 방어하려는 때문인데 숨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숨길 것이 없는 사람이라 상대방은 답답하고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그래도 입을 닫는 사람은 좀 나은데 얻어들은 지식을 옳은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자기는 정직하니 내말만 들으라고 하는 정직한 사람이 문제인 것입니다. 어떻게 이겨야 할까요? 정직한 사람임을 인정하되 솔직하게 모두를 말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말고 상대방과 나를 모두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2. 솔직한데 정직하지 않은 사람
어떤 문제든 문제를 솔직히 털어 놓고 의논을 하는데 정직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거짓말을 참인 양 이해시키려면 기하급수적인 거짓말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일관된 논리로 거짓을 만들다 보면 연결고리가 끊기게 됩니다. 따라서 알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5단계를 넘어가는 일이 없고 알아채기 쉽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사실로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어서 당당하고 솔직하기 때문에 본인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시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자기는 진실을 숨김없이 말하는 것이니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를 설득하려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적대시 하며 경멸하기까지 합니다. 정직을 가장한 무지와 지혜롭지 못한 솔직은 사람을 질리게 만들며 한 가지를 맹종하는 사람은 마주하기 어렵습니다.
3.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많은 지식을 인터넷에서 검색이 가능한 지금은 전 세계가 거대한 ‘커닝(Cunning) 페이퍼’를 사용해 답을 찾으니 해외여행 중에도 와이파이부터 확인하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합니다. 다른 사람의 연구를 비용 없이 사용하고 미리 공부해 두지 않아도 검색으로 알 수 있으니 점점 노력은 줄고 인터넷 의존도는 높아집니다. 그러나 관리업무는 지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성으로 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쏟아 최선을 다하는 것은 커닝 페이퍼에 없습니다. 진심이 담긴 응대, 기계나 시설물과도 대화를 한다는 정성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익히는 것입니다. 우리 관리소장은 ‘법’밖에 모른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고, 관리는 전체 입주민을 위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인데 질서를 어기는 사람이 불평한다고 관리소장은 볼멘소리를 합니다. 관리의 본질은 규제와 불편이 없도록 시설물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지만, 규제의 수단이 서비스라는 본질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관리는 입주민들이 공감하고 기꺼이 참여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공감과 참여가 어렵다고 속만 썩을 일이 아닙니다. 자기가 아는 범위 내에서 정직하고 몰라서 솔직한 사람들은 맹목적이기 쉬우므로 썩어가는 내 마음의 치료제는 ‘공감의 언어’를 따로 공부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어느새 우리는 감정노동자가 돼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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