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박  영  수

 

공원 가는 길 옆 허술한 담 밑에
가냘픈 소녀 하나 울고 있네.

울고 있니?
얘야!

운동가시던 할아버지가 물어 보았지만
한들한들 고개만 흔들 뿐,
통 말이 없네.

어디서 왔을까
집을 잃어버렸을까
엄마 아빠는 언니는 오빠와 동생은

이 말복더위에 얘야,
너무 멀리 와 버렸단다
그냥 여기서 살려므나
고향이 따로 있나 정들면 고향이지

할아버지는 껄껄 혀를 차며 지나가고
차들은 오염만 뿌리며 홱홱 지나가버리네
꼬질꼬질한 노랑머리 소녀의 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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