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아파트가 대량으로 공급되기는 1980년대 초반 이후 신도시 건설 붐부터다. 아파트는 유럽에서 생겨난 집의 형태이지만 우리나라는 매우 독자적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아파트는 국민의 절반이상을 수용하게 됐고 한국 도시의 발전과 경제성장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재의 수단으로 투기적 욕망의 대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19세기 중반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엘리베이터 발명을 계기로 고층빌딩이 건설되기 시작했고 세계의 많은 도시들은 초고층화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의 고층화와 연관해 역사적으로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Le Corbu sier, 1887~ 1965)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건축물의 고층화로 주민은 공용의 더 넓은 광장과 녹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한국에서 고층 빌딩이 지속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서울 롯데월드타워는 세계에서 6번째로 높고 대한민국 내에서는 최고층 건물(555m, 123층)이 됐다. 42~71층에 200가구 이상의 최고급 주거시설이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했고 지금도 서울과 수도권에는 초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46층, 자양동 더샵스타시티 58층, 도곡동 타워팰리스 55~69층, 목동 하이페리온 69층 등이 2000년대 들어 지어졌다. 초고층 아파트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은 부산 해운대 우동이다. 대표적인 고층건물은 두산위브더제니스(101동으로 80층, 높이 301m), 역시 같은 아파트 102동으로 75층, 그리고 ‘해운대 아이파크’ 주상복합 아파트로 72층 등이다.
주거목적 건축물의 초고층화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먼저 아파트의 초고층화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대도시의 경우 인구가 밀집해 쾌적하고 편리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초고층 아파트가 제격이라 생각한다. 즉 제한된 도시공간토지이용의 극대화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가져온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말한 바와 같이 초고층화를 통해 보다 더 많은 공간을 공원, 사회서비스 시설 등을 마련해 도시민의 주거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사업적 측면에서는 고층일수록 집값이 주변보다 높게 형성되고 수요가 몰려 환금성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아파트의 초고층화는 생활상 겪는 불편함도 만만찮다. 특히 우리나라 대도시의 경우 초고층 아파트 단지 주변의 잦은 교통체증과 대형 화재 등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다. 고층 아파트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보고가 많다. 고층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은 5층 이하 저층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보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두배 이상 많다는 보고도 있다. 그리고 일반아파트에 비해 3~4배가량 비싼 관리비 등이다. 주변 단지보다 분양가가 비싼 만큼 향후 부동산 거품이 빠질 경우 집값이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서울 강남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층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아파트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한 서울시와 50층 이상 초고층으로 짓겠다는 재건축 조합이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가 강남권 재건축 35층 규제의 근거는 2013년 수립한 ‘2030 서울플랜’이다. 서울시는 이 계획안을 통해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35층 이하 높이로 건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정했다.
아파트 초고층화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기준마련이 요구된다. 도로 등 교통 여건이 좋은 도심과 부도심지역 고밀도(고층화)로 관리되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주거지역은 삶의 쾌적성을 고려해 층고 제한 기준 설정이 합리적이다. 세계도시 영국 런던은 템즈 강변 등 각 위치별 조망에 따라 별도의 계획을 수립하고 층고를 관리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도시 지형상 구릉지의 특성을 반영해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고 스카이라인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즉 세계적인 도시들은 일률적인 높이 제한이 아니라 도시 경관과 지형적 특성 등을 고려한 도시관리기본원칙에 따르고 있다. 도시 전체가 초고층 고밀화로 변하는 것도 문제지만 고층화가 필요한 지구에 층고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문제다.
도시는 진화한다. 도시의 수직화·고층화를 포함하는 주거지 재건축·재개발을 도시재생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아파트 초고층화에 대한 재건축·재개발을 해당 주민과 도시관리의 책임을 가진 도시정부 당국이 모두 동의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도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초고층과 저층의 스카이라인을 고려하고 주민의 쾌적한 주거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종합적 도시관리의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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