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오 정 순  수필가


미국의 한 10대 소녀가 일주일에 두 번이나 복권에 당첨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녀는 애리조나 주에서 캘리포니아의 집으로 차를 타고 돌아오다가 운이 따를 것같은 예감 때문에 한 주유소에서 복권을 샀다. 긁는 복권이었다. 당첨이었다. 그녀는 호기심으로 한 번 더 운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다른 주의 한 주유소에서 긁는 복권을 샀다. 전번에 약 6억원의 당첨금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1억2,500만원을 받아서 무려 7억여 원의 횡재를 한 셈이다. 
이런 기막힌 일이 미국 유학생활에 찌든 한국인 부부에게서도 일어났다. 우연히 산 복권 한 장으로 인생역전이 된 사례다. 그들은 30억원 남짓의 돈을 섣불리 잃지 않겠다는 신조로 소문을 내지 않고 조용히 부동산에다 묻어 버렸다. 현명하게 처신해 단번에 얻은 돈을 잃지 않은 사례다.
한국의 기자들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몇몇 점쟁이들과 철학관 하는 사람들을 동원해 그의 사주를 분석하고 그의 운을 점쳐 봤다. 그 결과, 그에게는 그 액수만큼 벌어들일 수 있는 대운이 트인 해라는 말을 듣게 됐다. 그이가 벌어들인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 액수만큼 되는 정도의 빌딩을 가리키며 그 만큼의 대운이 드는 해라고 전해줬다. 
나는 이러한 뉴스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웃는다. 가만히 있으면서 운이 오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운이 오면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마음에 새겨두고 마음이 내키면 그게 운이 오는 사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주 비과학적 방식이지만 경험은 그렇다고 말해준다.
아파트를 분양받아보려고 30대 초부터 10년이 넘게 매달려봤다. 자격 기준에 맞는 통장을 가지려고 어려움을 무릅쓰고 시간을 기다렸으나 실패만 거듭됐다. 그러는 사이에 학업이 끝난 아이들은 성장하고 나는 아이들에게 폐가 되지 않는 집으로 이사를 가야겠다고 판단됐다. 그러나 분양하는 집이 욕구의 근처에도 가 닿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유치한 기도를 해보기로 했다.
“하느님 봉사 열심히 하고, 온 마음을 쏟아 가정을 지키느라고 오늘까지 이렇게 당첨에서 떨어져가며 삽니다. 이제는 당첨이라는 소식을 주실 때가 되지 않았나요. 이번에 동부이촌동에서 재건축하고 남은 6채를 분양한다고 해 저는 도전할 겁니다. 당신의 가르침대로 공짜를 바라지 않아요. 내 속을 당신이 알고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제가 알아서 그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돈은 야무지게 준비해뒀으니까 기회만 주십시오.”
이리해 무모한 도전을 해 서울에서 가장 비싼 채권을 쓰고도 떨어졌다. 자그마치 200대 1이라는 경쟁에서 내게 행운이 온다는 게 믿을 수가 없는 현실이 됐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그 돈을 어디에도 옮기지 않고 오직 집을 위한 자금으로 야무지게 은행에 모셔뒀다. 6채 분양하는데 내가 예비당첨 12번째라는 게 희망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통장을 없애기로 작정했다. 찢어야 결단이 날 것 같아서 부욱 찢어 은행으로 갔다. 직원은 내게 조금만 참아보라고 권하면서 통장을 다시 만들어줬다.
그리고부터 두어달이 지난 어느 날,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누군가가 4층을 내놓았는데 분양을 받겠느냐는 말이다. 그 귀한 물건을 왜 내놓았는지 내막이 궁금해 잠시 대답을 보류하고 그 동네 부동산 사무실에 전화 문의를 했다. 금융실명제가 도입되면서 되 내놓은 물건인 거였다.  비싼 데는 이유가 있으니까 준다면 얼른 가지라고 알려줬다.
그래서 분양받겠다고 전달하자 여직원이 되묻는다. 다 안 받겠다는데 왜 나는 받느냐는 투다. 그녀가 궁금한가 보다. 나의 답은 간단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재건축이 진행 중인데 우리가 갈 집이 없어서 받았다고 말했다.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인데 그곳에 내가 들어가게 됐다. 그게 순전히 운이 아니고 무엇일까.
운을 감지하는 능력을 촉이라고 한다면 촉은 이미 내 안에서부터 사인을 보내 마음이 발동해 일으키는 현상일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을 할 것도 아니고 마음이 동하는데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판단해 가로막을 일도 아닌 것을 나는 전 생애를 통해 수차례 경험했다. 그때 온 운으로 나는 노년을 안정되게 보장받게 됐다. 그러니까 젊음을 바쳐 얻은 노년인 셈이다. 운을 앞당기려고 힘을 쓸 필요가 없이 긍정적인 일로 나날을 충실히 살며  관심을 놓지 않는 것이 좋은 운을 부를 수 있는 조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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