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25>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수영, 스케이팅, 썰매, 스키 등 속도로 승부를 가리는 경기를 보면 1/100초 차이로 승부가 납니다. 물론 선수와 일반인의 차이는 훨씬 크지만 선수끼리는 아주 작은 차이가 메달리스트를 가리게 되고 사람들은 차이가 적을수록 박진감 있는 좋은 경기라고 더 열광합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관리소장 교체를 요구하는 동대표들은 그 차이를 알고 있을까요?
1. 관리소장은 누가 해도 같다?
사람의 능력은 천차만별입니다. 주택관리사 등 일정한 점수만 되면 모두 자격을 주는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자격증과 달리 상대평가로 합격자를 가리는 사법시험이나 회계사, 세무사 등은 아주 작은 차이로 합격이 결정되고 합격 후에도 연수성적에 따라 신분이 달라집니다. 시험점수가 높은 사람이 꼭 우수한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인 평가 방법이 그것밖에 없으니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입주민들과 동대표들은 관리소장은 주택관리사의 자격증이 있으니 당연히 모든 업무를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리업무는 법령과 매뉴얼보다 실무경험이 더 중요함에도 아주 작은 실수도 이해하지 않고 추궁하며 교체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매사에 신중해야 합니다. 자격증은 같아도 관리의 품질은 같지 않습니다.
2. 이기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대부분 주택관리사보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배치 전 사전교육, 방화관리자 교육, 조경기능사 등을 공부하는 것이 관리소장으로 배치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공부를 한 것이 채용에 도움이 됩니다만, 동대표에게는 자격증이 오히려 공격의 빌미가 되기도 합니다. 열 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이 밥을 빌어먹는다는 옛말처럼 그런 자격증이 있으면서 그렇게 밖에 일을 못하느냐는 것이지요. 깊이 있는 지식이 아닌 겉핥기 자격증은 위험합니다. 그런 자격증은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관리업무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보조자격증이니까요. 동대표들하고만 잘 놀아주면 되던 시절과 모든 업무 관련 데이터를 내 머릿속에만 넣어두고 직원들에게 잘난 체하던 것은 옛날이고, 기록을 남겨두면 증거가 남는다고 일이 끝나면 자료를 폐기했다가는 과태료를 받는 세상이니 대충 적당히 하던 때는 지났습니다. 야구는 9회말 2사 이후부터라는 말이나 쇼트트랙 경기에서 마지막 날 밀어 넣기 기술 등 마무리가 더욱 중요해졌으며 경력만으로는 잘 할 수 없으니 많은 관리소장들이 새로 공부하느라 힘들어 합니다. 일하기보다 서류 보관이 더 신경 쓰이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3. 선수끼리는 0.01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
관리는 사고수습이 아니라 예방능력으로 평가받습니다. 지난 3월 승강기 브레이크 작동장치인 플런저(Plunger)의 오작동으로 입주민이 승강기 문에 발목이 걸려 절단돼 과다출혈로 사망한 사고로 승강기업체 관계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모든 장치는 달리기보다 멈추는 장치가 더욱 중요한 것임에도 일상적으로 반드시 점검할 부분을 점검하지 않고 점검한 것처럼 허위보고까지 했다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 그럼 관리사무소는 아무런 책임이 없느냐구요? 1차적인 책임은 벗을 수 있지만 점검을 맡긴 사업주로서 정상적으로 점검했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 작업 중인 승강기업체 직원이 다치면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의 도급사업주 책임이 발생합니다. 은메달을 딴 선수는 금메달을 놓친 후회가 더 크지만 동메달을 딴 선수는 메달을 딴 성취가 더 큰 것처럼 선수끼리는 0.01의 차이가 메달의 색깔을 결정합니다. 사랑받는 좋은 관리소장이 되는 길은 험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작은 것을 소홀히 하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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