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새 아파트를 지어 입주하는 ‘신규 단지’의 관리업무는 보통의 관리와 판이하다.
신규 단지로 발령받은 주택관리사는 부임 한 달 전쯤부터 준비해야 한다. 사전지식도 풍부히 쌓아둬야 돌발상황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몇 가구에 크기는 어떤지, ‘명품브랜드’인지 등은 기본이고, 집값 변동을 알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구입 후 가격이 오르면 입주민의 성격도 넉넉해지고, 경기가 나빠지면 짜증 섞인 민원이 많아진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인지, 신도시인지에 따라 입주민 성향도 다르다.
입주 시작일을 D데이로 잡는다면 그 전까지의 대 주민업무는 대부분 시행사와 시공사의 몫이다. 건설사에선 보통 한두 달 전부터 ‘입주지원센터’를 설치한다. 대부분 여성으로 구성된 ‘입주도우미’들의 활약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입주도우미는 입주자 방문 전 선투입돼 미리 하자를 적출하고, 잘못된 부분을 시정해 만족도 향상에 기여한다. 중도금과 잔금 납입 여부를 파악하고, 입주 안내와 키불출 업무도 진행한다.
관리사무소는 대략 D-15일을 전후해 개설된다. 관리사무소장으로 발령받은 주택관리사는 함께 일할 직원들을 뽑는다. 단지 규모에 따라 부소장, 관리과장, 전기과장, 기사들과 경리담당, 서무담당 등을 선발하고, 경비원과 미화원 역시 미리 뽑아서 만반의 준비를 한다. 단지 도면을 펼쳐놓고 입주 업무 도상훈련을 해 보기도 한다. 시행(공)사 담당자와 긴밀한 연락체계를 갖추고 건설사 현장사무소장 및 건축, 전기, 설비담당자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둬야 한다. 입주지원센터와의 협업체계 구축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때 사소하면서도 어려운 일이 인테리어 업체, 폐기물처리업체, 전화국 및 이동통신사, 우유보급소, 신문보급소 등 여러 업체들을 제어하는 일이다. 이들 중엔 소규모 조폭이나 동네 건달들이 연관된 경우가 많아 허투루 빈틈을 보였다간 주도권을 놓치고 끌려 다니게 된다.
이렇게 치밀한 준비를 해도 막상 D데이가 닥치면 단지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다. 입주자들에겐 라인에 맞춰 이사날짜와 시간을-희망에 따라 선착순으로-사전 부여하는데 이를 어기면 입주민 간 분란이 생긴다. 또 각 가구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모이면 산을 이룰 정도다. 폐기물 업체와 관리직원 및 경비원 미화원들이 모두 매달려도 매일 깔끔하게 치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물질로 인한 승강기 고장도 잦아진다. ‘손 없는 날’은 혼란이 극에 달한다. 관리사무소는 전쟁터의 상황실만큼 긴박하게 돌아간다. 점심식사는 30분 내에 해결하고 휴일도 없다.
입주지정기간은 보통 두 달. 이때가 지나면 입주하지 않아도 관리비가 부과되기 때문에 대부분 기간 중 이사를 마친다.
그렇게 전쟁 같은 철이 지나고 나면 선관위가 꾸려지고 각 동대표를 선출해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게 된다. 이때 위탁관리가 대부분인 관리사무소의 사활은 재계약에 달린다.
그러나 불행히도 입주 전부터 온갖 고생을 한 소장과 직원들의 노고가 입대의 구성 후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입주 전 시행(공)사에서 선정한 위탁사를 불신해 새 업체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오긴커녕, 여러 달 고생한 이들은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다.
주택관리사들 중 신규 단지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이런 현실 때문에 기피하는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떨치는 지금도 전국에 신규 입주 단지가 많다. 직원들은 때를 잘못 만나 휴가도 못갈 것이다.
비지땀 쏟으며 고생하는 그들에게 좋은 결과가 따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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