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이례적으로 아파트 게시판에서 공고문을 떼어낸 사람이 문서손괴로 처벌 받지 않았다. 기존에는 동대표, 관리사무소장, 입주민 누구든 타인의 소유인 문서를 떼어내 버린 경우 문서손괴를 인정하는 판결이 많았다.
법원은 피고인이 공고문을 떼어낸 다음날 관할구청에 질의를 한 뒤 다시 제자리에 붙여놓으려 했던 정황 등을 근거로 해당 행위가 문서의 효용을 해하려는 손괴의 범의는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A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총무이사 B씨는 2015년 11월 25일 22시 39분경 이 아파트 202동 엘리베이터 게시판 하단에 부착된 A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소유인 ‘비대위에서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공고문을 손으로 떼어냈다.
초심법원은 ▲아파트 관리규약 등에 의해 아파트에 문서를 게시하기 위해서는 관리사무소의 직인을 받아야 하는데 해당 공고문에는 선관위의 직인만 날인돼 있고 관리사무소의 직인은 날인돼 있지 않았으며 ▲공고문에는 회장과 입대의 업무 집행의 불법성에 관한 의혹이 상당 부분 기재돼 있었고 B씨는 의혹들에 대해 해명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고문이 관리사무소의 직인이 날인되지 않은 채 게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관할구청에 질의하기 위해 공고문을 떼어낸 것이며 ▲실제 B씨는 다음날 공고문을 갖고 관할구청 아파트 관리팀 담당자를 찾아가 게시물에 관해 질의를 한 후 다시 붙여놓으려 했던 점 등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재심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수원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장구)는 A아파트의 경우 게시물은 통상 관리사무소가 공고기간을 기재한 인장을 날인해 게시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게시물에는 선관위 인장만 날인돼 있었고 그 내용은 선관위 공고문이나 선거벽보가 아닌 비대위의 주장을 작성한 게시물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 B씨로서는 게시물의 형식에 관해 의문을 가졌을 여지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또한 휴대전화 카메라가 고장 나 해당 게시물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질의 할 수 없었던 사정도 B씨의 휴대전화 수리견적서, 구청 담당자에 대한 전화 진술 청취결과 수사보고 등을 근거로 게시물의 효용을 해하려는 의도보다 질의하려 했다는 B씨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법원은 B씨가 게시물을 22시 39분경에 떼어냈다가 다음날 질의 후 다시 부착하려 했으나 동일한 게시물이 다시 부착돼 부착하지 못한 사실에서도 이미 동일한 게시물이 붙어 있었기에 해당 게시물이 반드시 부착돼 있었어야 할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며 B씨가 일시적으로 게시물의 이용을 불가능하게 했지만 그 효용을 해하려는 손괴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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