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의 문화답사


 

 

조계산 선암사

◈삼인당 연못
이 못은 산비탈 한 쪽에 일부러 조성한 것이다. 굳이 이 자리에 못을 만든 것은 여름 장마철에 큰 물이 나면 일단 여기에 가뒀다가 계곡으로 흘려보내는 기능을 하기 위해서다. 선암사는 산자락을 타고 집들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경내에는 비탈진 곳마다 이런 못이 여섯 곳이나 있다.
이 못의 이름을 삼인당이라 지은 것은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상(諸法無常), 열반적정(涅槃寂靜) 등 세 가지 새김을 말하는 것인데 그 요지는 마음 속에 불법의 기본원리를 각인한다는 뜻이다. 왜 그런 마음의 새김을 다른 곳이 아닌 못에서 상기시키는 것일까?
그것은 판유리가 나오기 이전에 사람이 자신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못에 비친 그림자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삼인당 못에는 전나무 한 그루와 배롱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는데 그래서 겨울이면 늘 푸른 전나무가 삭막한 계절의 쓸쓸함을 달래주고 여름이면 배롱나무 빨간 꽃이 100일 동안 해맑은 빛으로 피어난다.

◈고향처럼 아늑한 산사
선암사는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802번지로 조계산(해발 884m) 장군봉 아래에 자리한 대한불교 태고총림쪹이다. 사찰 창건에 대해서는 백제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하는 설, 신라 말 도선국사 창건설 등이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유물로 볼 때 통일신라시대로 보기도 한다.
고려시대에는 대각국사 의천이 대각암에 머물면서 선암사를 중창해 그 규모가 법당 13동, 전각 12동, 방 26개, 산내 암자가 19개에 이르렀다 한다.
정유재란 때 왜군의 침략으로 전각이 불에 타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정유재란 이후 1660년에 경잠, 경준, 문정대사가 8년 동안에 걸쳐 중창불사를 해 사찰의 면모를 새롭게 했다.
숙종 7년(1681) 호암약후가 제4차 중창불사를 주도해 원통전 관음상, 53불전, 대법당, 오십전, 승선교 등 잇따른 불사가 이뤄졌다. 순조 23년(1823) 화재가 발생해 대웅전, 명부전 등이 소실돼 다음 해에 해붕과 눌암, 익종 세 대사가 제6차 중창불사를 하고 일시 고쳐졌던 산 이름을 청량산에서 조계산으로, 사찰 이름을 해천사에서 선암사로 다시 회복해 명실상부한 옛 면모를 되찾게 됐다. 해방 이후 1948년의 여순사건과 한국전쟁(6·25)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비구, 대처승 간의 대립으로 일부 건물이 유실되기도 했으나 최근 대부분의 전각이 수리됐다. 승선교를 비롯한 지정문화재 24점(국가 지정 12점, 도 지정 12점) 이외 선암사성보박물관에는 2,0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총림叢林이란?
승려들의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을 모두 갖춘 사찰을 말하며 우리나라에는 총 6개의 총림이 있다. 조계종에 5대 총림(조계, 영축, 가야, 덕숭, 고불)이 있으며 태고종도 태고총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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