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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석 춘 
서울 성북구 공동주택관리 자문위원
(행복코리아 대표)

며칠 전 경기도 S시에서 ‘입주민·경비원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의 취지는 공동주택 경비원의 근무 환경 및 처우에 대해 입주민, 경비원, 지자체, 관련 전문가 등이 함께 고민해 봄으로써 사회적, 시민적 공감을 통한 상생 문화 기반을 확립해 보자는 것이었다. 참석자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을 비롯한 동대표, 입주민 그리고 경비원들이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는 먼저 주제발표를 하고 패널 5명이 토론을 하며 참석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이었다.
주제발표자는 공동사용 전기 등의 에너지를 절약하고 경비원 휴게시간을 무리하게 늘리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경비원의 고용안정과 적정한 급여를 보장하자는 취지로 발표를 했다. 패널 토론자 중에서는 고용안정 및 처우 개선을 위해 자치관리의 유도, 초단기 근로 제한, 최저임금 준수, 휴게시간 상한 규제, 휴게 공간 개선, 인격적 대우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또 아파트 입주민 중에서 경비원을 뽑자, 그리고 경비원 명찰을 ‘누구 아빠’, ‘누구 할아버지’ 라고 표기하자는 의견도 발표했다. 그런데 패널 중의 한 사람인 경비원은 의외의 발언을 했다. 경비원의 발언내용을 토론회에서 배부한 책자의 내용대로 옮기자면,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매년 경비원의 임금이 오르고 있는데, 경비원의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소식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임금이 오르는 만큼 아파트에서는 인원 감축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65세 이상의 고령 경비원은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너무 쉽게 잃게 된다”는 것이었다. 패널 토론 후에 참석자들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는데 참석한 경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임금인상을 원하지 않는다. 차라리 연령대별로 법정 최저임금을 낮춰서 정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경비원들은 임금의 인상 보다는 고용보장이 절실한 것이었다. 가슴 아픈 일이 아닌가!
패널의 한 사람으로 참석했던 나는 입대의 회장을 할 때 입대의에서 ‘경비원·미화원 고용안정 선언’을 의결한 사례, ‘경비원·미화원 우리 아파트의 가족입니다!’라는 내용의 포스터를 아파트 곳곳에 부착하고 캠페인을 벌인 사례, 입대의 운영비를 절감해 경비원·미화원을 포상하고 위로한 사례, 구청의 일부 지원을 받아서 경비원·미화원 휴게실에 에어컨을 설치한 사례 등을 들었다.
또 전국 최초로 ‘갑을(甲乙)’로 표시되는 계약서를 ‘동행(同幸) 계약서’로 바꾼 이유와 경과를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대의, 부녀회 등 아파트의 봉사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윤리교육과 입주민들이 경비원, 미화원을 ‘우리 아파트를 위해 일하는 고마운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공동 포스터 부착 등 입주민 계도와 모범사례를 발굴해 메리트를 부여하는 등의 다각적인 노력, 시범적으로 아파트 관리의 준공영제의 도입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다들 잘 하고 있는데 이런 행사를 왜 하느냐”고 묻는 패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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