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장의 시선

 

 
 
 

 

김 호 열  주택관리사
인천 산곡한양7차아파트 관리사무소장


뜨내기는 일정한 거처 없이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다.
공동주택관리 업무에 종사하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관리사무소에는 뜨내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관리사무소장도 그렇고 직원들도 그렇다. 왜 그럴까를 생각하다 보면 하류 직업군의 비애가 느껴진다. 다수의 저임금 노동자들의 각축장이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인 것이다.
저임금 일자리는 경쟁률이 매우 낮아 취업이 쉬워 이직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관리소장은 예외가 됐지만 말이다.
관리사무소 근로자는 계약직이기에 정규직에 비해 모든 혜택이 적고 근로기간도 훨씬 짧다.
쉽게 구직이 가능하기에 근무하다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그만둬 버린다.‘여기 아니면 갈 데 없는 줄 알아?’라는 심정으로 퇴직을 선택한다.
관리사무소에서 하는 일이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지 않는 단순 반복적인 일이기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관리사무소의 주 업무는 공용부분의 관리인데 이 일의 특징은 쉽게 눈에 띄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의 품질을 계량화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입주자는 쉽게 눈에 띄는 것만 갖고 판단하기 때문에 일반 입주자가 관리품질에 대한 평가를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하기가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수박 겉핥기식의 평가밖에 못한다.
이렇듯 입주자는 공용부분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하지 못하며, 자기가 관리소 직원들의 봉급을 준다고 생각하기에 입주자는 관리소 직원을 하찮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뜨내기가 양성된다.
특히 인내심이 부족한 입주자들은 직원이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기계의 부속을 갈 듯 간단히 교체하려 든다.
직원들보다 훨씬 많은 책임을 지고 항상 아슬아슬한 관리운영의 줄을 타야 하는 관리소장의 경우는 훨씬 많은 교체압력을 받는다.
공동주택관리에 관여하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관리소장을 주시하고 있다. 수많은 감시와 관심 속에서 관리소장은 그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가 없기에 아슬아슬한 줄에서 떨어지기가 쉽다.
관리소장의 경우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사직은 직원의 사직률과 비교하면 두세 배가 넘을 것이다. 뜨내기를 양산하는 풍토와 구조 속에서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이직이 반복된다. 이렇게 뜨내기들을 양성하는 공동주택들이 너무나 많다.
뜨내기 양성소에서의 아이러니는 관리소 종사자를 뜨내기 취급을 하면서 그들에게 내 집 같은 성실한 관리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뻔히 팽 당할 것을 알고 있는 뜨내기에게 충정을 바라는 심보는 분명 지나친 이기주의에서 기인한다.
뜨내기도 자신이 꼭 그렇게 되고 싶어서 뜨내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직이 예정돼 있으면 일이 재미없어진다. 인간관계에 관심도 없고, 일의 질을 높일 의지도 없고, 그냥 봉급 루팡이 돼 시간만 때우게 된다. 주인대접을 해주지 않고 하인 대접을 하는데 어떻게 주인처럼 일하겠는가! 주인처럼 일하라고 닦달하면서 하인 훈련을 시키는데 어느 장단에 맞추란 말인가!
결론은 관리사무소 종사자를 관리 감독하는 입주자대표는 그들을 ‘을’이라고 함부로 할 것이 아니라 주인처럼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은 뜨내기가 아닌, 진심을 갖고 성실히 입주자에게 봉사하는 주인이 될 것이다.
인간사회의 원리가 그렇듯 관리사무소 종사자들도 대접받는 만큼 입주자들에게 대접한다. 대접 못 받는 뜨내기는 파랑새를 찾아 한없이 떠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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