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22>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젊어서는 희망으로, 늙어서는 추억으로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제는 희망이 없는 젊은이와 추억에만 묻혀 사는 자들입니다. 추억은 미화되기 쉽고 희망은 좌절하기 쉽기 때문인데 그래도 ‘내가 왕년에’라면서 현재를 위로하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지요.


1. 관리가 힘들다고 느끼는 이유
사람은 미래를 희망하면서 현재의 성취를 먹고 삽니다. 그런데 관리사무소장에게는 아주 작은 성공은 있어도 미래에 대한 성취가 부족합니다. 한발도 앞으로 가지 못하고 뒤처지지 않기에만 급급한 것이 현실입니다. 자격증 시험공부, 구직활동, 취업 그리고 업무적응 등 3년까지는 목표가 있고 성취감도 있고 열정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업무에 익숙해질수록 왕년이 생각난다는 것이지요. 승진도 없고, 급여도 정해진 기준이 없고 업무는 새로운 것이 없고 직원들은 자기 업무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입주민은 조그마한 불편에도 불평을 하고 휴가를 가려 해도 단지를 비우기 어렵고 쉬는 날에도 항상 비상연락망은 가동해야 하니 내가 이러려고 관리소장이 됐나 하는 회의가 들 때가 많아지는 것이지요.


2. 왕년에 묻히면 미래가 없다.
최저임금 1만원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대부분의 후보들이 공감했던 것이고 현재의 최저임금 인상폭을 봐도 앞으로 5년 이내에 자동적으로 1만원이 될 것 같은데 그러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사람의 월급은 426만원이 됩니다. 뭐 쉽게 말해서 휴게시간 없이 일하면 경비원이나 아파트 기전실 직원의 급여가 그렇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입주민들의 수입이 관리비 인건비를 부담할 정도로 늘어나지 않으면 결국 기계에 의존하게 되지 않을까요? 전산화로 은행의 창구직원이 대폭 줄었듯이 말입니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그대로 놓아두라는 의미인데 물은 흐르고 웅덩이를 만나면 고이고,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는데 물과 웅덩이와 바위는 누가 만들고 그렇게 배치했을까요? 단지 내의 보도블록이나 배수구, 수목, 전기와 수도시설이 자연스럽게 작동해 불편함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관리입니다. ‘내가 왕년에’라는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 현실에 충실한 것이 관리소장으로 성공하는 지름길입니다. 일이 달라지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달라지면 바로 지금이 내일 ‘왕년에’라고 말하는 날이 되는 것입니다.


3. 내가 있음으로 행복해하는 사람
관리소장은 영달을 바라는 위치가 아닙니다. 자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교사들도 스승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노동자라고 주장하는데 관리소장에게 봉사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현실은 왕년에 잘 나갔던 기억을 버리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정년도 보장되지 않고 특별히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며  성실이 가장 큰 무기이니 생각을 바꿔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안정을 원합니다. 특히 수입을 얻기 위한 경쟁의 자리가 아닌 쉼터인 ‘집’에서는 더욱 그러한데 이 평안을 주는 것이 관리소장인 것이지요. 집에서 누려야 할 당연한 평안을 싸워서 얻는다면 관리에 대한 불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니 내가 어떤 마음을 갖고 일해야 할 것인지 명백해집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처럼 내 업무 여건이 그러하다면 먼저 입주민에게 다가가 우리 관리소장으로 인해 행복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누군가가 관리를 해야 한다면 내가 하는 것이 낫고, 나로 인해 입주민들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정성을 다 하는 것.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격언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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