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요즘 도시 사람들에게 ‘마을’의 개념은 생소하다. 마을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농촌지역에서 널리 사용했을 뿐 아니라 도시에서는 마을을 구분하기 힘든 요소들을 담고 있다. 전통적으로 마을은 공간적 범위와 지역적 특수성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도시는 다양한 주택들이 모여 주거지역을 형성한다. 도시계획법에 명시된 바에 의하면 도시는 크게 주거지역, 상업지역, 녹지지역, 공업지역 4가지 토지이용으로 구분한다. 도시의 주거지역은 특성상 농촌의 마을과 달리 마을과 마을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주민 스스로가 마을이라는 공동체적 특성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지 않다.
비록 전통적이고 농촌적인 마을의 개념이 강하게 존재하지 않은 오늘날 한국의 대도시 사회에도 마을의 개념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과 마을 공동체적 삶에 대한 향수가 증대하고 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안정과 편안함, 그리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마을 공동체의 부활은 개인주의적이며 상업주의화 된 메마른 도시의 삶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절실한 바람일지 모른다.
과거 우리의 전통사회에는 ‘두레’라는 작업공동체가 존재했다. 그야말로 상부상조하는 공동체적 연대를 형성하고 발전시켰던 조직이었다. 한국인은 공동체적 삶의 양식이 어떤 국가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상호 간에 더욱 친밀하고 자유롭고 평등하며 상호 협동·부조하는 삶이 지속되기를 원했고 구체적으로 실천한 바 있다.
오늘날 도시사회에서 공동체를 부활할 수 없는가? 주거공동체 핵심요소를 생각해 보자. 첫째, 지리적 영역이 존재한다.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지리적(공간적) 범주로서 ‘아파트 단지’를 예로 들 수 있다. 한편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속칭 달동네, 산동네도 공간적으로 하나의 마을공동체이다.
둘째, 마을 공동체는 사회적 상호 작용이 지속된다. 사회집단은 성원들의 결집체, 성원이 되기 위한 자격요건, 규범들을 포함하는 일련의 기본적 속성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삶은 유유상종(類類相從)적 속성들이 강하게 작용한다. 주거지역의 사회적 상호작용은 비슷한 수준과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아감으로 해서 더욱 활성화된다. 해당 지역사회 주민들 사이에 집단적 결집을 원활하게 하는 일련의 규범들이 축적된다.
셋째, 마을 공동체는 공동의 유대가 형성돼야 한다. 마을 공동체에서 작용하는 공동의 유대는 문화 심리적 변수들이다. 우리나라의 마을 공동체는 전통적으로 상부상조의 정신이 강했다. 공동의 생산, 분배, 소비 등이 지역 집합적 기능을 수행했고 이를 통해 공동의 유대가 돈독해 지는 경험을 가지게 된다. 마을 공동체 감정을 ‘우리’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 마을, 우리 단지 등으로 나타나며 이러한 ‘우리’의 개념이 연대와 유대를 강화하는 요소를 담고 있지만 때로 배타적이며 지역이기적 속성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그 대표적 예가 흔히 말하는 님비(NIMBY)현상이다.
최근 도시공동체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국민의 70%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현실에서 주거단지의 공동체적인 주민활동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직 많은 도시민들은 공동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단지 내 주차, 층간 소음 등 주민 간 갈등과 분쟁은 줄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체 활성화 우수 아파트를 발굴하고 지원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이 더욱 확산되기 위해서는 보다 더 강력한 제도적 지원책과 주민 캠페인을 확대해야 한다. 다양한 우수 공동체의 정책적 지원과 권장 캠페인 그리고 주민 스스로의 노력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인식된 양극화, 계층 간 갈등과 분쟁을 해소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많은 아파트 단지를 꿈의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노력은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닌 실현 가능한 국가적 선진화 사업이 돼야 한다. 가까운 일본의 성공적인 도시공동체 사업 성격을 지닌 마치주꾸리(まちづくり)사업이나 서구에서 오랜 세월 동안 지속해오고 있는 커뮤니티(community) 활성화 사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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