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없는 자와 체결한 8년 전 관리계약 분쟁

 

 

동별 대표자 중임제한 규정을 명확히 해석한 최초의 선례가 된 대법원 판례(2015다39357)의 파기환송 이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는데 입주자대표회의에 손해배상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인 위탁관리업체가 대법원에 또 상고를 제기함에 따라 종지부를 찍지 못했다. 
서울 노원구의 A아파트는 2009년경부터 입대의 회장 지위의 적법성 여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선정된 2개의 위탁관리업체와 2명의 관리사무소장 배치 등 법적 분쟁의 연속이었다.   
2013년 10월경 19대 입대의는 위탁관리업체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는데 당시 회장 C씨는 소송 진행 중인 2014년 4월경 20대 입대의 회장으로도 선출됐다. 이 소송은 상고심까지 올라갔고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는 본안에 앞서 입대의 회장에 대한 당사자 적격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법원은 동대표 중임제한 규정을 신설한 구 주택법 시행령 시행일(2010년 7월 6일) 이전에 이미 관리규약에 중임제한 규정을 둔 경우에는 종전 재임횟수도 중임 횟수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하면서 사건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제995호 2016년 10월 5일자 게재> 
이에 따라 최근 서울고등법원 민사31부(재판장 오석준 부장판사)는 대법원에서 판단한 대로 판시했다. C씨는 2010년 4월(18대), 2012년 4월(19대), 2014년 4월(20대) 각각 치러진 선거에서 동대표로 선출됐다. 하지만 구 주택법 시행령상 동대표 중임제한 규정을 명시한 2010년 7월 6일 이전부터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중임제한 규정이 존속했다. 재판부는 “18대 동대표 임기가 개시된 후인 2010년 7월 6일 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7항의 중임제한 규정이 신설되고, 부칙규정이 그 적용범위를 개정된 구 주택법 시행령 시행 후 최초로 선출되는 동대표에 대한 것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뒀더라도 마찬가지”라며 “C씨를 20대 동대표로 다시 선출한 것은 관리규약상 중임제한 규정에 위배해 무효”라고 해석했다.
다만 “입대의 대표자이던 C씨가 1심 소송 계속 중인 2014년 4월경 20대 동대표로 선출된 것이 무효라도 이는 소송절차의 중단사유에 해당할 뿐 C씨가 19대 입대의 회장으로서 적법하게 제기한 소가 소급적으로 부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본안에 대한 심리가 이뤄졌다. 입대의는 B사가 2009년 당시 입대의 회장 직무대행자인 D씨가 입대의를 대표할 권한이 없음을 잘 알면서도 관리계약을 체결, 아파트를 불법으로 관리했다면서 입대의가 지출한 위탁관리수수료와 추가채용 직원 급여 등을 손해배상금으로 입대의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사는 2009년 6월경 회장 직무대행자인 D씨가 종전 위탁사인 E사와의 계약기간이 종료되자 임시로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 2009년 9월경 정식 계약을 맺은 업체다. 하지만 E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D씨는 E사를 상대로 명도단행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D씨가 입대의를 대표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처분을 받았고, D씨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한편 그 사이 E사 소속 관리소장은 동대표 보궐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추진, 결과적으로 2010년 1월경 회장으로 선출된 자가 E사와 관리계약을 체결했다. 그런가 하면 B사 소속 관리소장은 2010년 2월경 17대 입대의 해산 공고를 하고 차기 입대의 선출을 진행했고 새롭게 선출된 18대 입대의는 2010년 3월경 B사와 체결했던 2009년 9월 위·수탁관리계약을 추인했다. 이후로도 입대의 간 또는 입대의와 주택관리업체 간 법적 다툼은 지속됐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D씨가 관리계약서 작성행위 등에 관해 유죄판결을 받은 점 등을 토대로 B사와의 관리계약 체결 당시 D씨에게는 17대 입대의 회장 직무대행자로서 입대의를 대표할 권한이 없었다면서 D씨가 B사와 체결한 관리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E사가 종전부터 아파트 관리업무를 수행해온 점 ▲관리계약 체결당시 17대 입대의의 적법한 회장 직무대행자가 누구인지, E사의 관리업무가 적법하게 종료된 것인지 등에 관해 문제가 계속 제기됐던 점 ▲이에 B사도 2009년 6월경 임시계약 형태로 체결했던 점 등 D씨에게 과연 입대의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지 의심할 만한 여러 사정이 존재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B사는 입대의에 대한 고유번호증이나 관리규약 내용을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D씨에게 입대의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관리계약을 체결했다”며 “B사가 D씨에게 입대의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B사가 아파트를 관리하면서 용역업무를 실제로 수행했다면 입대의가 B사에게 지급한 돈을 B사가 부당이득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여러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E사가 아파트 관리권한을 회복한 2009년 12월경 이후에는 B사가 아파트를 사실상 관리하면서 용역업무를 실제로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B사가 2010년 2월경 아파트 관리권한이 있다며 관리사무소를 또다시 점거한 다음 용역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같은 외관을 형성하긴 했으나 당시 추가로 채용한 직원 28명의 급여를 주차장 충당금에서 전용한 점, 추가채용 직원 급여가 2010년 3월분에 한해 지급된 점 등에 비춰 B사는 2010년 2월경 추가 채용 직원들을 동원해 관리사무소에 대한 점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입대의가 B사에게 지출한 비용 중 2010년 3월분 위탁관리수수료, 추가채용 직원 급여 등 총 3,700만여 원을 입대의에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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