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의 문화답사


 


 

◈바람의 반란
여행을 가는 전날 밤 나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학창시절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칠순 동창여행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니 더욱더 그렇다. 이번에 가는 순천은 친구의 고향이다. 그가 53년 전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하던, 그때의 완행열차를 타고 우리는 지금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일행이 순천역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45분. 이곳 순천명 유래를 살펴보면 삼산이수(三山二水)의 소강남(小江南)이라 일컫는 순천(順天)의 옛 이름은 백제 때 사평 또는 삽평이라 불렀으며 신라 경덕왕 16년(757)에 승평, 후백제 때는 무평이라 불리다가 고려 태조 23년(940)에 승주군, 성종 2년(938)에 승주목으로 개칭됐고 정종 2년(1035)에 승평군, 충선왕 1년(1309)에 다시 승주목이라 불러지다 이듬해인 1310년에 순천부로 개칭되면서 비로소 순천이라는 지명이 처음 생기게 됐다. 순천은 후백제 때 이 고을의 호족인 박영규와 김총 두 장군이 하늘의 순리에 따라 고려에 귀화한 뜻에서 유래됐다. 이에 근거해 생각해봐도 하늘의 뜻에 따른다는 순천 사람들의 얼이 묻어나는 좋은 지명이다.

동행
은빛 바람이/ 파란 바람과 동행하여/ 순천행 무궁화호 열차를 탔다// 창밖에는 황금물결/ 출렁거리며 지나가고,// 아!/ 언제였든가 그게// 이불보따리 짊어지고/ 용산역에 내려서/ 두 눈만 멀뚱거리던 그때가// 저녁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산모롱이 돌고 돌아/ 목이 쉰 기적소리 듣던 그때가// 파란바람 싱긋 웃으며/ 오늘은 저와 동행하여/ 되돌아가 보자고요// 탱글탱글 추억알곡 익어가는/ 그곳으로

젊음과 늙음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들의 마음은 절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있지만 육신은 칠순의 나이여서 어쩔 수 없이 젊음과 늙음이 동행할 수밖에 없는 여행이다.

◈순천만-세계 5대 연안습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온전한 연안습지 순천만은 강하구와 갈대밭, 염습지, 갯벌, 섬 등 다양한 지형을 갖고 있으며 그 주변 육지에는 논과 염전, 갯마을, 양식장(옛 염전터), 낮은 구릉, 산 등이 인접해 있다. 순천만은 자연해안선이 온전하게 남아 있어 생태계형의 다양성과 생물 서식지 다양성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국내에서 가장 경관이 아름다운 연안습지다. 넓게 펼쳐져 있는 갯벌과 나지막한 산이 함께 하는 경관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순천만 갯벌의 특징으로 2003년 습지보호지역 지정, 2006년 람사르습지 등록, 2008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41호 지정, 2013년 대한민국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됐다. 우리나라 최고의 단편소설이라고도 하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무대이기도 하다.

◈순천만의 조류
순천만은 하천의 기수역과 염습지, 넓은 갈대밭, 갯벌 등 다양한 서식지가 있는 습지로 17목 53과 235종의 새들이 관찰되고 있다. 매년 겨울이면 흑두루미를 포함한 37종의 희귀한 멸종 위기 조류들이 순천만의 천연성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으며 봄과 가을에는 수많은 도요물떼새들이 시베리아-호주 간의 이동경로상 중간 기착지로 이용한다.
쪹기수:바닷물과 민물의 혼합에 의해 염분이 적은 물(하구부의 해수)

◈순천만의 저서동물
순천만 갯벌은 입자가 고운 진흙 성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뻘갯벌이다.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이 들고 나는 건강한 갯벌에는 짱뚱어를 비롯한 대추귀고등, 붉은발말똥게, 갯게, 흰발농게, 방게, 꼬막, 낙지 등 300여 종의 다양한 저서*동물들이 살고 있다.
*저서어: 물 밑바닥에 붙어 사는 물고기

◈순천만의 염생식물
순천만에 분포하는 염생식물은 16과 25속 33종이며 이 중 수질 정화작용이 뛰어난 갈대는 4㎞에 이른다. 갯벌 상부의 칠면초는 새싹이 자줏빛을 띠다가 초록빛으로, 가을엔 다시 자줏빛으로 7번 색깔이 변한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가을이면 붉은색 칠면초 군락과 황금빛 갈대의 물결, 검은 갯벌이 만나 신비로운 풍경을 만든다.
쪹염생식물: 해중, 해안, 염호 등 염분이 많은 곳에 생육하는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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