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정  채  경

사각의 방에서 무언의 실을 뽑아내려
끙으응, 한 숨을 토해내는데 붕붕
날개 짓 소리가 긴박하다
어떻게 들어갔을까?
벌이 틈도 없는 사각 전등 속에서
필사적으로 전등 구석을 돌고 있다

눈 한번 깜빡할 때 생의 치열한 자장에 이끌려
탈출하지 못한 벌레들이 전등 속에 까맣게 뒹군다
더 이상 갈데없는 방황에 환멸에
빠져들어 날개를 접고 천천히 사각의
모서리를 돌기 시작한다
빨리 여기를 빠져 나가야 해!
열정이 식기 전에 빈틈을 찾아야 해!
벌의 방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파리 한 마리가 전등 밖에서 주위를 맴돈다

생이 몰아넣은 사지에 떠밀려 꿈틀거리다
지친 벌이 조용해진 전등 속
나는 책속에 빠져 길을 잃고 허우적 거린다
어떻게 빠져 나왔을까?
그 누구의 입김도 통하지 않을 것 같던 전등 속에서

창밖의 뜬구름을 향해 자신의 머리를 힘껏 부딪히며
요란한 날개 짓으로 또 다른 비상구를 두드리고 있다
살금살금 파리채를 들고 붕붕거리는 날개를 향해
헛손질 하기 시작했다 불가사의한 생의 활력 앞에
신이라도 되는 듯 가만히 방충망을 열어 준다
전혀 상관없는 그분이 마치 그래주길 바라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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