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구경은 덤
남녀노소 추억이 방울방울
낭만 가득한 골목길 투어


실개천 옆에 미나리가 나고 자라는 동네 미나릿길. 푸른 미나리가 싱긋 웃고 있을 것만 같은 이름이지만 개발과 더불어 실개천과 미나리는 콘크리트에 덮여 사라졌고, 언제부터인가 방치되고 외면돼 결국 천안에서 제일 낙후된 지역이라는 불명예까지 뒤집어쓰고 말았다.
2012년 도심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미나릿길 골목 여행’을 주제로 골목을 단장한 것이다. 벽화가 그려진 담장 길이는 무려 800m. 끊어질 듯 이어지는 골목에는 풍속화, 만화캐릭터, 트릭아트 등 친근하고 소소한 이야기가 가득 깃든 220점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좁은 골목에서 길을 잃고 싶지 않다면 중앙동 주민센터 뒤편 남산목공소 옆 안내판에서 출발해서 바닥에 적힌 숫자를 따라서 순서대로 구경하면 된다.

골목마다 다양한 테마의 벽화가 그려져 보는 재미가 있다. 처음으로 마주하는 골목에는 북극곰과 펭귄, 빙하를 생생하게 표현한 3D 트릭아트 작품이 있고 각각의 그림을 가장 실감나게 촬영할 수 있는 위치가 함께 표시돼 있다. 두 번째 골목에는 호랑이, 팬더, 독수리, 천사의 날개 3D 트릭아트와 풍속화가 있다. 세 번째, 네 번째 골목에는 추억의 만화캐릭터, 소독차를 쫓아가는 아이들, 커다란 가위를 치는 엿장수, 말뚝박기, 고무줄놀이 등 추억과 낭만 속 그리운 풍경이 이어지며 골목 여행에 재미를 더한다. 골목 중간에 마련된 커다란 하트 철망에는 이곳을 방문한 연인들이 사랑을 약속하며 걸어두고 간 자물쇠가 가득하다.

“그 옛날 이곳은 실개천 주변에 미나리들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았던 곳입니다. 여기저기 흐드러져 있던 미나리는 실개천이 복개되면서 사라지고, 골목과 우리들만 남았습니다. 담벼락과 골목 모퉁이는 시간이 멈춘 듯 그 옛날 그 모습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두웠던 회색 골목이 하얀 도화지벽으로 바뀌고, 그 위에 형형색색 벽화가 그려지면서 골목 담벼락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안에 있는 골목 사람들은 희망의 날개를 활짝 펼쳐 꿈을 키워가게 됐습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우리 골목길! 오가는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우리 골목길! 오늘은 소소한 옛 추억을 생각하며 골목길 여행을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 예스러움과 정겨움의 미나릿길 골목 사람들이

 

미나릿길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서 천천히 둘러봐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너무 짧아서 아쉬움이 크다면 벽화골목 건너편 남산 중앙시장 구경에 나서보자. 남산 중앙시장은 천안에서 제일가는 재래시장으로, 골목을 누비며 출출해진 속을 달래줄 먹거리가 차고 넘칠 만큼 많다. 시장을 둘러보다가 미도가방 주변에서 수상한 쪽문을 발견한다면 중앙시장의 명물인 ‘쪽문만두’를 찾아낸 것이니 주저하지 말고 문을 열고 들어갈 것!

◈ 여행정보
위치= 충남 천안시 동남구 원성천 1길 17 중앙동 주민센터 인근
찾아가는 길= 천안역(1호선)에서 택시로 기본요금, 도보 15분 거리에 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천안역에서 800번 버스에 탑승한 뒤 농협원성점에서 하차하거나 남산 중앙시장에서 도보로 이동하면 된다.

 

이 채 영  여행객원기자(chaey.net)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