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가공되지 않은 희로애락과 슬픔과 울분을 잘 견디는 잡초가 무성한 고향으로 간다. 소통과 화합으로 나는 내 고향 합천 남옥의 만남이 있는 효도 큰 잔치에 간다. 이 조그마한 마을에서 국회의원도 나오고, 판사도 나오고, 경찰관도, 교도관도 나오고, 직원을 500명이나 거느린 사장도 나오고, 대교를 놓고 고속도로를 만드는 건설업자도 나오고, 곡선은 사랑이라는 시인도 나온 고향.
고향을 지키며 논, 밭을 갈고 한우를 키우며 마을 이장을 하고 있는 아제가 오늘 사회를 봐야 하니 무척 바쁘겠다.
대구문화예술대학 학장인 아제가 노래와 춤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예술인을 자비로 초청했으니 돈도 많이 들었겠다.
부산에서는 관광차를 대절해서 오고 서울에서, 대구에서, 창원에서, 기타 여러 지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남옥마을이 요란하다.
내 어릴 때에 뛰어놀던 고향의 연못은 크기만 했는데 내가 커진 만큼 고향의 연못은 왜 이리 작아졌을까.
모두들 살 길 찾아 떠난 고향에 뒷산과 앞산에는 조상님의 산소만이 전설을 안고 있다.
이런 때가 아니면 얼굴 보기도 힘이 드는 디지털 시대.
코를 질질 흘리던 그 꼬마들이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고 할머니가 되었다.
벌써 할아버지를 보내고 혼자된 할머니들이 많다.
1부 초청된 예술단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장구를 치고 부채춤을 추면서 흥을 돋우고는 2부 마을 사람들의 노래자랑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우리의 일가친척들만이 아니라 아랫동네, 윗동네의 어르신과 합천 군수도 합천 읍장도 왔다. 음식도 푸짐하고 햇살은 순두부처럼 부드럽다.
무엇이 그리도 억울한지 청춘을 돌려달라고 악을 쓰는 부산 할배. 술에 취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랑에 병이 나면 아무 약도 소용 없고 오직 당신의 그 정이라야 한다는 들국화 여인까지 부르는 걸 보면.
안보면 보고 싶고 보면 미워라 그놈의 아미새가 당신이었다고 혼자된 할매의 목소리가 취했다.
그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있을 때 잘해야 하는 최우선이 가정이 아닌가. 아이의 소원이 엄마, 아빠가 이혼하지 말고 함께 사는 것이라고 하는 슬픈 말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이 있고, 입양의 날이 있고, 성년의 날이 있고, 스승의 날이 있고, 부부의 날이 있고, 세계인의 날이 있는 5월.
5월은 수많은 세포들이 모여 꽃이 되고 잎이 되고, 수많은 유전자가 혼자서는 못산다고 좌로 섞이고 우로 엉키는 덩굴들.
공생과 공존, 상생과 협치가 나눌수록 커진다고 앞산, 뒷산이 서로를 보듬는 진초록이다. 여러 물감이 모여야 색채가 되고 여러 악기가 모여야 사물놀이가 된다. 오케스트라가 아름다운 건  조화를 이루는 화음 때문이란다.     
  ☞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