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건축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화된다. 특히 공동주택의 경우 많은 입주민이 공동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하다.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많은 부재나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과 기능이 저하되기도 하고 고장이 나기도 한다.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동시에 변화하는 기능에 부응하기 위해 성능을 향상시키고 수선유지가 필수적이다.
공동주택은 오랜 기간 동안 안전하고 편리하며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설계 및 시공에서부터 성능저하와 노후화를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설계자들은 건축시의 비용과 성능, 디자인 중심으로 접근한다. 즉 준공 후는 설계자들의 몫이 아니기 때문에 유지관리에 관해서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공동주택의 유지관리를 용이하게 하고 성능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획과 설계단계에서부터 매우 치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유지관리는 설계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많은 사회적 비용과 노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아파트의 경우 설비를 구조체에 매설하게 된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수명이 긴 구조체 속에 수명이 짧은 설비를 매설 시공한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급수관, 배수관, 가스관 등이다. 이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개보수가 필요하게 되고 구조 변경 등을 고려하게 된다. 문제는 노후화된 이후에 이러한 개보수와 리모델링이 제대로 시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부분적 개보수나 리모델링으로도 불가능해 건물 전체를 철거하고 다시 건설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건물을 20~30여 년 만에 철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의 장수명화와 유지관리의 중요성에 근거해 장기수선충당금(이하 장충금)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장충금은 아파트 시설이 낡았을 때 이를 수리하거나 교체하기 위해 입주자에게 일정 금액을 걷는 제도다. 입주가구가 300가구 이상이거나 승강기가 있는 아파트는 모두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급성을 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장충금 적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아파트가 적기에 시설물을 보수하지 못해 노후화가 가속되기도 한다.
아파트의 배관이나 승강기 등의 노후화에 대비해 입주자에게서 걷는 장충금이 법정 금액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2016년 8~10월 전국 1,285개 단지 64만5,239가구의 2015년 말 기준 장충금 실태 조사 결과 이들 단지의 ㎡당 평균 장충금 적립금은 99원에 불과했다. ㎡당 장충금이 100원 미만인 곳이 57.1%(734개 단지)에 달했고, 101~200원 36.7%(472개 단지), 201~250원 3.9%(50개 단지), 251원 이상 2.3%(29개 단지)로 집계됐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른 73개 수선 항목을 감안했을 때 이들 단지의 장충금 평균은 ㎡당 628.8원에 달한다. 실제로 걷는 금액이 법규에 따라 산출되는 규모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2015년 현재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준공 후 30년 이상 된 건축물은 전국 251만1,900동으로 확인돼 전체(698만6,913동)의 36.0%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25.1%, 지방은 40.1%로 확인돼 지방의 건축물이 더 노후했다.
선진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동일한 장충금이 없다. 그러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수리하는 경우 소유자가 수리비 분담금을 책임지도록 한다. 독일의 경우 만일 아파트 소유자가 수리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소유권을 박탈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한다. 프랑스는 노후화된 건물을 관리하기 위해서 주택 임시관리자 파견제도를 운영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노후화되면 법원이 임시 관리인을 파견한다. 일본은 ‘맨션(아파트) 재건축 원활화 추진법’을 제정해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사업성이 좋아지도록 건축 제한을 완화해 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많은 공동주택이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슬럼화가 가속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신규 공급하는 공동주택의 수는 크게 감소하고 노후공동주택 수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향후 노후공동주택의 재고관리가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특히 70년대와 80년대 초반에 건설된 공동주택은 내진성능 등 현재의 주택성능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노후한 아파트의 유지관리 혹은 재건축, 구조 변경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한 새로운 주거지 재생방식을 찾아야 한다.
국토부는 아파트의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 장충금의 최소 적립 금액 기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향후 효율적인 공동주택관리를 위한 장충금을 포함한 새로운 공동주택 노후화 방지 및 재생의 접근방법이 시급히 정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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