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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석 춘 
서울 성북구 공동주택관리 자문위원
(행복코리아 대표)

아파트에는 공동체의 건전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여러 직책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먼저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원 중에는 회장, 총무이사, 기술이사, 감사 그리고 동대표가 있습니다. 또 부녀회에는 회장과 총무가 있고, 노인회에도 회장과 총무가 있으며, 선거관리위원회에는 위원장과 위원이 있습니다. 행정조직으로는 통장이 있고 반장이 있기도 하지요. 이분들은 모두 아파트의 발전을 위한 ‘봉사자’입니다.
아파트 공동체는 정치적인 집단도 아니고 종교적인 집단도 아닙니다. 다만 아파트 입주민들이 부담하는 관리비의 절감과 효율적인 집행을 위한 목적 하나만을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행복한 아파트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극소수의 사람에 의해 부당하고 부정한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만 이런 경우는 얼마 가지 않고 진실이 밝혀져서 망신을 당하게 됩니다.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거의 대부분의 갈등은 서로의 믿음과 신뢰가 구축되지 않아 오해로 인해 생긴 불신이 대부분입니다.
저는 입대의 회장을 맡는 동안에 아파트에서 어린이놀이터, CCTV, 개별난방 등 굵직굵직한 공사를 하면서도 단 한 건의 민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단 한 푼의 금전적인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입주민뿐만 아니라 봉사자들과 관리소장을 비롯한 관리주체에 대해서도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회의시간 외에는 입대의실을 개방하지 않았고 업체 관계자의 면담이나 각종 업무처리를 개방된 관리사무소를 이용했습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믿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뜻입니다.
또 이런 글도 있습니다. ‘본립도생(本立道生)’은 ‘근본이 서면 길이 생긴다’는 뜻이지요.
제가 입대의 회장을 맡고 있을 때에 여러 사람들이 찾아와 저에게 아파트 운영관리를 원만하게 하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저의 대답은 ‘무신불립’과 ‘본립도생’을 말하곤 했습니다. 그 길만이 저를 살리고 아파트를 지키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라는 시인은  ‘진정한 성공’을 “무엇이든지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가는 것이,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더 풍요로워지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저에게 주어진 삶을 ‘하루에 한 장씩 꺼내서 쓰는 카드’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남은 삶에 주어진 남은 카드가 몇 장인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남은 카드를 한 장씩 꺼내 쓰듯이 소중하고 부끄럽지 않게 쓰고 싶습니다. 오늘은 저에게 남은 인생에 첫날이며, 또 최고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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