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강아지의 하루

독자투고 전기택l승인2017.06.19 14:49:39l1029호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전 기 택 관리사무소장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거평프리젠아파트

‘말 없는 강아지가 사람보다 낫다’는 말도 있어서 그런지 이웃에는 한 두 마리 애견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는 듯합니다. 더욱이 독신 가구가 많아지다 보니 정을 붙일 상대로 동물이 등장하는 것 같고 동시에 아파트에서는 또 하나의 소음 발생 민원이 되곤 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이미 그러한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는 분이 많겠지만 내 자식 같이 절절히 아끼는 가구들에게 뭐라고 해야 명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우선입니다.
오늘 아침 케이블 방송에서 ‘은밀한 개의 사생활’이라는 프로를 잠깐 봤는데 인상에 남는 것은 유방암에 걸린 주인의 냄새를 맡은 개가 슬픈 표정을 짓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여서 주인이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암으로 판정됐답니다. 다행히 초기에 수술을 받고 퇴원하니 개는 유방에 코를 대고 이상이 없어진 것을 감지한 듯이 꼬리를 흔들며 기뻐하는 영상입니다.
개 코는 사람보다 40배나 민감하게 작동한다는데 우리가 보고 듣는 것보다는 못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러한 데이터를 수집해 결과를 예측하듯이 주인의 감정을 읽을 뿐만 아니라 산책이나 뭘 할 것인지 미리 예측하는 능력이 있답니다.
또한 한 번의 먹이를 주면 그리 오래 기억하는 게 신기할 정도로 어떤 개에게 좋아하는 쥐포를 서랍에 넣어 두고 올 때마다 줬는데 쥐포가 떨어졌어도 서랍을 발톱으로 긁으면서 애교를 떨거나, 길에서 오랜만에 만났어도 잊지 않고 꼬리를 치는 모습은 우리가 한 잔 두 잔 마시는 술 좌석의 추억은 잊어도 강아지의 기억은 남다르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강아지 10년이면 우리네의 노년인데도 외딴 곳에 오래 있으면 어린아이가 집에 가자고 보채듯이 주인을 물어 당기면서 나가자고 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이 사람과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우리의 명령어를 어느 정도 알아들어 앉거나 발을 내미는 강아지는 귀여움을 독차지할 수 있는데 강아지의 컹컹대며 짖는 소리가 무슨 뜻인지는 주인과의 교감이 있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최근 오래 전부터 두 마리의 강아지가 주인이 출타하면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그냥 짖어대는 통에 아파트 전체를 울리다시피 해서 민원이 끊이지 않았는데 마침 월세 만기일에 주인에게 항의해 재계약을 막은 적이 있습니다.
좋게 보면 앓던 이가 빠진 것 같지만 소유주에게는 새로운 월세 입주자가 나타날 때까지 공실 관리비가 발생할 것인데 그 부담을 잡손실로 처리해 막아줘야 하는지 망설여집니다.
이제는 사람보다 팔자가 좋아진 반려견은 또 하나의 감정 교류가 돼 사람에게 평안을 주고 있지만 이웃에게는 층간소음 이상의 부담이 되고 있는 작금에 강아지 키우는 가구의 입주를 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입마개를 씌우라고 권유도 못해 진퇴양난입니다.        

 

전기택  kslee@hapt.co.kr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한국아파트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2-727)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3동 222-8 코오롱빌란트2차 705호 (주)한국아파트신문
대표전화 : (02)884-5445  |  팩스 : (02)884-5995  |  등록번호 : 공보 다 04289  |  발행인 : 황용순  |  편집인 : 이경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경석
Copyright © 2002~2017 (주)한국아파트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