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夏 林/안 병 석
목포항 여객터미널 뜯겨나간 보푸라기와
유달산 자드락 허름한 집들의 살점이 붉다
짱짱한 남도 창(唱) 한 대목 말라붙은 채
해풍에 가랑이를 오므려 모로 누운 외달도 모래톱
동굴처럼 둘러친 고하도 앙상한 무릎뼈의 통증
손 놓은 고깃배 숨겨도 숨겨도 비린내 풍기더라
지친 도시여, 가라 먼바다로
배고픈 노적봉 떠밀고 가라, 어머니가 읽어주시던
창세기 한 구절, 돌판 들 헤치고 가라
다닥다닥 고단한 살점들
가다가 흑산 홍어탕에 주린 배를 채우고
어쩌다가 한 번쯤 은밀하게 보듬어
응응 소리치거라
한 달포 해풍에 나풀나풀 춤추고 오라
안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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