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찾아가는 안보관광지, 양구

김초록l승인2017.06.07 18:00:53l10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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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한가운데, 첩첩한 산으로 에워싸인 강원도 양구는 화천과 춘천, 인제와 경계에 있는 최전방 군사도시다. 6월에 찾아가는 양구는 그래서 더 의미 있다.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 국토의 정중앙, 비무장지대를 끼고 있는 고장답게 어딜 가나 천혜의 자연이 기다린다. 섬 지방을 제외하고 가장 작은 군(郡)에 속하지만 볼거리 배울거리 많은 여행자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 전쟁기념관

나라를 지키다 희생한 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어느덧 66년. 남북분단은 여전히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동서를 가로지른 휴전선은 언제쯤 그 견고한 철책을 활짝 열어젖힐 것인가. 여름의 초입에 찾아가는 양구는 이런 상흔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고 평화통일을 염원하기 위함이다.
양구는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다. 도솔산전투, 피의능선전투, 대우산전투, 크리스마스고지전투, 949고지전투, 단장의능선전투, 가칠봉전투, 백석산전투, 펀치볼전투 등 피비린내 나는 크고 작은 전투가 쉼 없이 벌어졌다. 1951년 6월부터 12월 말까지 사망하거나 실종된 군인만 2만8,300여 명에 이른다니 그 당시의 처절한 상황을 미뤄 짐작할 수 있겠다. 세월이 많이 흘러 가뭇해진 지금, 양구는 그 때의 기억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요하기만 하다.

 

▲ 두타연

#민통선이 숨겨놓은 명소
한국전쟁의 상흔은 양구의 끝머리인 두타연에서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두타연으로 가는 길은 때 묻지 않은 자연과의 기분 좋은 동행이다. 중간 중간 보이는 지뢰 표지와 시멘트 덩이의 전차방어벽은 이곳이 민통선 안이라는 걸 알려준다.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로 깊은 골짜기를 흐르다가 굽은 한 부분이 움푹 꺼지면서 만들어진 폭포 아래 너른 소를 말한다. 수심 12미터의 연못인 두타연(용소 또는 드래소)은 둘레가 50미터에 이르고 소 건너편엔 커다란 검은 동굴(일명 보덕굴)이 입을 벌리고 있어 자못 신비롭다.

▲ 두타연 탐방길

두타연 계곡물은 푸르다 못해 검은 빛을 띤다. 계곡물에 살고 있는 열목어, 금강모치, 쉬리, 꺾지, 버들치 같은 민물고기는 이곳이 때 묻지 않은 청정지대임을 말해준다. 운이 좋다면 숲에 사는 산양과 노루, 여우와 고라니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연못으로 떨어지는 폭포 위 바위에 설치된 데크에 오르면 웅장한 비경이 펼쳐진다.
두타연을 둘러보고 방문객들을 위해 만든 평화누리길(탐방로)도 걸어보자. 이목정과 비득 안내소 사이 계곡을 따라 만든 평화누리길(총 길이 12km)은 트레킹이나 자전거로 돌아볼 수 있다. 자전거는 안내소에서 대여해준다. 평화누리길에 있는 양구전투위령비는 한국전쟁에서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고자 1994년 12월 3일 박두산 부대장이 건립했다고 한다.
오밀조밀 이어진 탐방로를 걷다보면 금낭화, 큰꽃으아리, 올괴불나무, 쪽동백, 회목나무 등 다양한 들꽃과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두타연 탐방은 지난해 11월부터 절차가 간편해져 당일 개별 관광도 가능하다. 출입 신청서와 서약서를 작성해 신분증과 함께 안내소에 제시하면 출입증을 건네준다.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해안분지 마을
굽이굽이 이어진 돌산령 길을 허위허위 넘는다. 문명의 이기라는 자동차지만 이 길에선 엔진소리를 거칠게 낸다. 그렇게 고개를 넘자 눈앞에 멋진 정경이 펼쳐진다. 움푹 파인 분지와 분지를 둘러싼 산들이다. 시원하다 못해 장쾌한 장면이다.
해안면 일대의 저 분지는 바로 펀치볼이다. 주발처럼 생긴 펀치볼은 그 자체가 희귀한 볼거리다. 자세히 보면 거대한 화산 분화구 같은 모습인데 해안면 땅은 이 펀치볼 안에 다 들어 있다. 멀리서 보면 아주 작은 땅처럼 보여도 직접 다녀보면 제법 넓다는 걸 알 수 있다. 직경이 동서 8.5㎞, 남북 7㎞, 둘레는 무려 33㎞에 이른다.

▲ 펀치볼

‘펀치볼’이란 이름은 한국전쟁 중 외국군 종군기자가 이 지형이 야채와 소스를 섞을 때 쓰는 둥글고 큰 그릇인 펀치볼(Punch Bowl)을 닮았다 해서 붙였다고 한다. 현재 653가구 1,400여 명의 주민들이 무, 감자, 배추 등 채소류와 산채류 등 지역 특산물을 키우며 살아간다. 특히 무 잎을 뜯어말린 시래기는 이 마을의 고소득 작물이다. 해안면은 농지의 3분의 1이 무밭이다. 해서 가을이면 집집마다 무잎(시래기)을 뜯어 말리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체적으로 영농조합을 조직해 연간 30여 톤의 시래기를 생산한다.

펀치볼은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을 벌였던 곳이다. 펀치볼에는 북한의 실생활을 볼 수 있는 양구통일관과 도솔산전투, 펀치볼전투, 피의 능선전투 등 6·25 당시 격렬했던 양구 지역 9개 전투사를 모아놓은 양구전쟁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비무장지대(DMZ) 철책 위에 세워진 을지전망대와 북한이 남침을 목적으로 파내려온 4땅굴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두 곳은 양구통일관에서 출입신청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가칠봉 능선에 자리잡은 을지전망대에 서면 북한군 주력부대가 있는 매봉, 운봉, 간무봉을 비롯해 북한군 초소와 대형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과 차일봉, 미륵봉도 또렷이 보인다. 을지전망대는 또한 펀치볼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양구를 찾았다면 꼭 가보길 권한다. 1990년 3월 3일 양구 동북쪽 26㎞ 지점 비무장지대 안에서 발견된 4땅굴은 관람용 전동차를 타고 땅굴 내부를 볼 수 있다. 입구에서 100m 정도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땅굴 광장에는 기념비와 군 장비가 전시돼 있다.
 평화통일을 마음에 그리며 삶터로 돌아가는 길.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박수근 미술관=세계적인 화가 박수근 선생의 얼을 기리기 위해 미술관을 비롯해 전시장, 스튜디오 등이 들어서 있다. 1914년 이곳(양구읍 정림리)에서 태어난 선생은 ‘봄이 오다’, ‘고목과 여인’, ‘나무와 두 여인’, ‘봄’, ‘앉아있는 두 남자’, ‘탑돌이’ 등 향토애 짙은 많은 작품을 남겼다. 전시장에 걸려 있는 다양한 유화, 판화, 스케치화 등은 대가의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일생을 가난하게 살았던 그가 손수 오려서 모은 르느와르, 밀레 등 대가들의 작품 스크랩북과 지인에게 보냈던 편지 등도 볼 수 있다. 반원형의 박물관 뒤편에 그의 동상이 서 있다. 박수근미술관에서 3km 거리에 있는 선사박물관은 양구 지역에서 출토된 신 구석기 시대 유물 650여 점이 전시된 산 교육장이다. 선사시대의 수혈주거지를 본 따서 지은 박물관 건물과 지석묘군, 움집, 석기제작체험관 등은 선사인들의 지혜와 생활문화를 더듬어보게 해준다.

▲ 대암산 생태식물원

▲대암산생태식물원(양구생태식물원)=민통선과 대암산 일대에서 자라는 노랑무늬붓꽃, 끈끈이주걱, 해오라비난, 왜솜다리, 금강초롱, 개느삼 따위의 희귀식물을 한데 모아둔 자연학습장이다. 식물원은 대암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대암산 정상 부근에는 하늘로 올라가던 용이 쉬었다는 ‘용늪’이 있다. 이 습지는 약 4,000~5,000년 전에 형성된 걸로 알려져 있는데, 환경부에서 자연생태보전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김 초 록  여행객원기자

 

김초록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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