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장의 시선

 


김 호 열  주택관리사
인천 산곡한양7차아파트 관리사무소장


공동주택관리의 책임을 맡고 있는 관리주체의 책임자는 관리사무소장이다.
이 관리소장의 역량 발휘에 따라 공동주택관리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은 자명하다. 관리소장의 역량발휘는 본인의 능력도 있어야겠지만 그 역량을 발휘하게 할 수 있는 여건 조성 여부도 실제 큰 역할을 한다.
여건 조성은 관리소장을 관리·감독하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영역으로 회장이 관리소장에게 어떤 대우를 해주느냐에 많이 좌우된다.
실제 현장에서 입대의 회장이 관리소장을 제대로 대우해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공동주택관리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가 이것이며 이 고질적인 문제로 많은 관리소장들이 힘들어한다. 그래서 많은 주택관리사들이 제도적 모순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리소장의 신분보장을 외치고 있다. 그럼 왜 입대의 회장은 관리소장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걸까?
왜곡된 권위와 경험을 가진 정상적이지 못한 입대의 회장은 관리소장을 소모품처럼 여겨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다고 보기에 관리소장을 하찮게 여긴다. 입대의 회장의 인성이나 자질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관리소장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다른 요인으로는 위탁관리회사의 관리소장에 대한 인사정책상의 문제 등이 있다.
한 사례로 A회장의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A씨는 과거 동대표를 몇 번 해봐서 대충 관리소 돌아가는 업무를 알았는데, 특별한 계기로 개인적인 뜻을 갖고 동대표로 나와 회장까지 맡게 됐다. 그는 관리소장을 로봇으로 여겼다. A씨는 관리업무를 자신이 모두 꿰차고 있는 양 관리소장에게 엉뚱한 업무지시를 했다. A는 성과지상주의를 외치며 입주민들에게 눈으로 확 보여줄 수 있는 일만을 찾았다. 자기가 지시한 것은 관리소장이 즉시 실행해야 한다고 여겼다. 관리소장은 이런 엉뚱한 지시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직원들에게 전달했으나 직원들은 이를 쉽사리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위탁사에 전화해 관리소장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던 와중에 A씨는 얼마 못가서 입주자들에 의해 동대표에서 쫓겨났다. 못된 짓이 들통 났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입대의 회장은 관리업무를 우습게 본다. 그러는 만큼 관리소장도 우습게 본다. 회장이 사심이 있는 경우에는 관리소장이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관리소장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 관리주체의 책임자인 관리소장을 업신여기면 과연 관리가 잘 될까? 시도 때도 없이 관리소장을 바꾸면 그 관리소는 정말 운영이 잘 될까? 지식이나 경험, 테크닉이 좀 부족할 수는 있어도 관리소장이 공동주택관리에 관한한 전문가가 아닌가. 전문가다운 대접을 해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관리소장을 탓할 수 있는가? 공동주택관리는 관리소장이 하는 것이다. 입대의는 관리소장에게 목표를 알려주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목표로 가는 과정이나 방법까지 지시하는 것은 부당한 간섭이다.
입대의는 관리소장에게 전문가 대접을 해주면서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관리소장도 나름대로 전문가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기 보다는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할 때 전문가로서의 대접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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