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5월이다. 시인들이 가장 많이 노래한 달이다. 김용호는 5월을 얼마나 사랑을 했길래 5월에 태어나고 5월에 죽었을까.
5월이 오면 가슴이 호수가 된다고 했다.
피천득의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 했고,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고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라고 했다. 첫 시집 ‘현장’에서부터 마지막 시집 ‘고향의 소나무’까지 시집을 39권이나 내고 올 4월에 99세로 별세하신 황금찬 시인은 시는 결국 행복이라고 했다. 황금찬의 ‘5월이 오면’이다.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오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오월은 사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려있던 난초가/ 꽃피는 달,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오월이다.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5월에, 시인은 지금 어디쯤 거닐며 누구와 사랑을 하고 있을까.
복효근의 ‘5월의 느티나무’는 저 빛깔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초록의 그늘 아래 그 빛깔에 취해선 순한 짐승처럼 설레는 것을 어떻게 다 설명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벌써 모내기를 하는 들판이다.
안도현의 ‘논물 드는 5월에’는 자기도 물 위에 뜬단다. 논물 드는 5월에 내 몸이 저 물 위에 뜨니, 나 또한 물방개 아닌가, 소금쟁이 아닌가.
김현승의 ‘오월의 그늘’이다. 그늘, 밝음을 너는 이렇게도 말하는구나.나도 기쁠 때는 눈물에 젖는다.
하이네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을 노래하고, 오광수는 좋은 일들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아 아예 ‘5월을 드립니다’라고 시를 썼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계절의 여왕 5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지독한 계절이다.
홍해리의 ‘5월이 오거든’이다.

날선 비수 한 자루 가슴에 품어라/미쳐 날숨 못 토하는 산 것 있거든
명줄 틔워 일어나 하늘 밝히게/무딘 칼이라도 하나 가슴에 품어라.

하얀 찔레가 피는 5월에는 당신에게 편지를 아니 쓸 수 없나 보다.
이채의 ‘5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에는 당신 곁에 있으면 작아서 더 예쁜 꽃 여린 꽃 숨결이 멈출 때까지 소망의 은방울 종소리를 울리며 당신과 단 둘이 사랑의 꽃병에 영원히 갇히고 싶다고 했다.
오세영은 ‘5월’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며 장미는 끝내 그리움으로 가시를 품었다고 했다.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 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 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5월에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구중궁궐 어느 규수의 하얀 속치마처럼 양파가 익어가고 마늘이 익어가고 감자가 익어가는 5월은 무엇이든 시의 소재가 아닌가. 흉중(胸中)에도 신록, 안전(眼前)에도 신록이라는 이양하의 신록예찬이 5월을 달린다.
어떤 어려움도 밝은 앞길을 달리는 희망의 5월, 우리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담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릇인 5월, 5월은 기다림이 아니라 순수발원지에서 솟는 옹달샘의 맑은 눈망울로 누구를 만나러 가야 하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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