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 事 논 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시장경제 체제하에서는 주택도 타 상품과 마찬가지로 주택시장을 통해 수요, 공급 그리고 소비가 발생한다. 그런데 한국을 비롯해 많은 자본주의 국가들은 주택시장에 개입하고 다양한 규제정책을 펴고 있다. 왜 정부는 주택시장에 개입하는가?
정부의 시장개입은 시장실패에서 그 정당성을 찾고 있다. 시장실패란 시장여건의 불완전성이나 재화와 서비스의 특성 등으로 인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시장실패의 설명으로는 불완전한 경쟁이다. 시장의 힘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완전경쟁을 전제로 할 때만 타당성을 가진다. 시장이 독점이나 과점 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불완전한 경쟁 상태이면 시장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다. 독과점시장에서는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상품 가격과 수량을 마음대로 정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이 이뤄지게 된다. 그래서 정부는 시장 참여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규칙과 질서를 마련하게 된다. 이 규칙과 질서를 잘 지키도록 감시, 감독하는 것이 바로 정부의 시장개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외부성 때문에 시장실패가 있을 수 있다. 외부성 혹은 외부효과란 어떤 경제주체의 행동이 시장을 통하지 않고 다른 이의 효용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주거영역에서 외부효과는 개별 주택의 관리 소흘로 불량화된 경우 주변주택 및 해당 지역사회의 사회비용의 증대를 가져오게 된다. 미국의 경우 불량 주택이 증가하면 주변의 유복한 가정은 그 지역을 떠나게 되고 대신 빈민들이 이 지역에 이주해 오는 이른바 ‘주택불량화의 누적적 연쇄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위에서 언급한 시장실패라는 이유만이 아니라 정부는 다양한 근거를 들어 주택시장에 개입한다. 가장 중요한 정부의 시장개입의 배경으로는 주거 빈곤층의 주거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빈민층의 경우 주택구매력 부족으로 정상주택에 거주하기 어렵다. 주택가격이 높고 소득의 불균형적 배분이라는 상황 하에서는 빈민가구의 주택문제 해결은 정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공공주택정책 프로그램을 실행해 공공주택공급이나 임대료를 지원하기도 한다.
주택시장에서의 수요 및 공급측면의 정부지원과 개입의 보다 구체화된 정책은 크게 4가지 분야로 구분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자가 소유 확대를 위한 정책, 둘째, 주택소요(housing needs)계층을 위한 공공주택의 공급, 셋째, 임대료 통제 및 보조 정책 등 임차인보호프로그램, 넷째, 기존주택의 보전, 재개발, 주택개량 등을 통한 방안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개입과 시장실패를 보완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성공적이지 못하고 정부실패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정부실패는 시장실패를 교정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정부실패는 때때로 공익적 목표보다는 관료 자신의 개인적 이익이나 소속 기관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경우 조직내부목표와 사회목표의 괴리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행정의 내부성 (internality)이라고 한다. 그리고 권력과 특혜의 남용을 통해 공공서비스의 제공과정에서 특정집단에 대해 권력을 부여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집단으로부터는 박탈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정부실패의 원인으로는 경쟁의 부재라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기업은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는다. 민간 기업처럼 경쟁이 필요하지 않고 요구받지 않는 상태이다. 공공재를 공급하는 경우 생산비용을 낮출 유인이 매우 적다. 만일 공기업이 부실하게 운영 관리된다 해도 민간 기업처럼 도산하거나 망할 염려가 없다. 이런 상황 하에서는 경쟁력을 높이고 관리를 철저히 해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소흘해진다.
서유럽의 선진국들은 전통적으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행해온 공공주택의 공급 및 관리시스템을 민간에 위탁하거나 민관파트너십 체계를 개발하는 등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전환하고 있다. 새 정부는 주택시장개입 방식의 재평가와 아울러 주거복지실현의 방법과 수단 그리고 관리시스템이 적정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주택정책의 전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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