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18>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라는 말은 나무는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자식이 효도를 하려고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뜻으로 지금 살아계실 때 잘 모시라는 의미인데, 때로는 나무는 바람에 따라 움직이니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그럼 가만히 있고 싶은 나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
시세를 알아야 준걸이라는 말은 대세에 따르라는 것으로 하늘에 순응하면 흥하지만 거스르면 망한다는 말과 같은데 바름의 편에 서라는 원래의 의미와 달리 일관되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기회주의자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옳은 편이 아니라 숫자가 많은 편을 시세(大勢)라고 하고 하늘도 이긴 편에 선다는 논리지요. 그러나 이는 무효와 취소의 법리를 안다면 위험한 생각입니다. 취소는 유효하게 성립한 것을 나중에 발생한 이유로 취소한 때부터 효력을 잃게 만드는 것이며, 무효는 잘 모르고 성립했더라도 무효사유를 발견하면 처음부터 효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잠시는 몰라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것이지요.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패가망신할 수 있습니다. 후한시대 양진이 4知(하늘과 땅과 너와 내가 안다)를 이야기하며 뇌물을 거절한 것은 지금도 새겨들을 말입니다.
2. 누가 바람인가?
바람은 나무를 흔들기 위해 부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자기의 갈 길을 가는 것인데 나무가 거기 서있는 것이지요. 나무와 바람은 만나기 전에는 서로 그냥 살아가지만 만나면 힘겨루기를 합니다. 그러나 산이 바람을 막아주면 나무는 바람에 견디면서 힘을 키워 오히려 더 강한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관리업무를 하다 보면 바람이 불어올 때가 있습니다. 한마디 말 때문일 수도 있고 주차질서를 위해 경고장을 붙이거나 개의 배변처리와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했다고 지적하거나 층간소음 문제를 조정하는 경우 등 관리업무는 사실상 일정한 규제업무인데 이를 적절하게 하지 못하면 감정을 상하게 해 작은 산들바람이 태풍이 돼 나무를 흔들려고 합니다. 특히 동대표가 자기 욕심으로 요구하는 말을 듣지 않았을 때는 걷잡을 수 없는 큰 바람이 되는 경우가 많지요.
3. 가만히 있으려면 어떻게 하나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관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흠을 잡히지 않는 길뿐입니다. 관리업무는 생각보다 거창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민의 생활과 관련한 일상이 모여서 이뤄지고 특히 관리소장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공개돼 있으므로 깊이 생각하면서 행동해야 하며, 원칙에 따라 업무를 추진해야 합니다. 제일의 원칙은 입주민의 안전입니다. 안전관련 업무는 남에게 시킬 수도 미뤄서도 안 됩니다. 둘째 원칙은 공평과 공정입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 미리 규정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남의 집을 관리하는 것이므로 규정이 없으면 분쟁이 많아집니다. 셋째 원칙은 투명성과 공개성입니다. 굉장히 쉬운 원칙이지만 문제는 의심입니다. 나는 사심 없이 모든 업무를 투명하게 처리하고 모든 결과를 공개했으나 숨기는 것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진실(Fact) 보다는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경향이 강하므로 의심을 이기려면 뭐 그런 것까지 공개하나라고 할 정도로 투명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당장의 추궁이나 질책을 모면하려고 얼버무리면 순식간에 큰 태풍으로 변합니다. 남의 일을 하면서 이만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의심은 귀신도 만들어 냅니다(疑心暗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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