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문제의 기원

관리사무소장의 시선 김호열l승인2017.05.24 18:00:30l10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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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호 열  주택관리사
인천 산곡한양7차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사람들은 내 것은 아껴도 남의 것은 막 쓰는 경향이 있다. 내 것만 아까운 것이다.
그럼 공동 소유인 것은 내 것으로 여길까 남의 것으로 여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동의 소유물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그것은 내 것이 아닌 것으로 본다. 그러니 남의 것처럼 공용을 함부로 쓴다.
이것이 공동주택관리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경제발전을 최고의 목표로 두고 급속히 달려온 대한민국은 그동안 국민윤리를 경시함으로써 도덕이 뒷전으로 밀려나다보니 현재와 같은 후안무치의 공중도덕 무질서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물질 만능주의는 나 아닌 모든 사람을 경쟁자로 생각하는 경쟁사회로 만들었다. 이런 경쟁의 분위기 속에서는 나는 항상 남보다 우위에 서야 한다는 강박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과거의 미풍양속으로 존재했던 ‘나’보다는 ‘우리’, ‘나만’보다는 ‘함께’라는 의식이 사라졌다.
공동주택은 ‘함께’라는 물리적 구조를 갖고 있는데 그 속에는 수많은 ‘나만’이 상호 마찰을 일으키면서 정작 함께 해야 할 것을 함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에서 성공적인 군집생활을 하는 동물로 개미와 벌이 있다.
군집생활을 하는 동물을 공동주택의 입주자와 비교해 보면서 공동주택의 문제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 개미나 벌은 혈연으로 뭉쳐있으나 공동주택은 이방인들의 집합이다.
개미나 벌은 여왕개미나 여왕벌이 생산한 자손이 혈연으로 뭉쳐 질서정연한 군집 사회를 이루지만, 공동주택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였기에 질서와 규율이 서기 어렵다.
둘째, 개미나 벌은 종족 번영의 공동 목표가 있으나 공동주택 입주자는 뚜렷한 공동 목표가 없다. 공동 목표가 있다고 해봤자 겨우 집값 올리기 정도인데 이는 개미와 벌의 단결력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
이런 차이점으로 볼 때 공동주택 거주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주거공간에 모인 이방인들의 집합체이고 애초부터 다음과 같은 문제를 갖고 출발한다.
첫째, 이웃은 나와 상관없는 남이다. 이런 인식 하에서는 이웃에 대한 배려심이 나올 수가 없다. 내 문제만으로도 머리 아픈 세상에 남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신경이 날카로운 나는 남의 무신경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나는 배려하지 못하면서도 남이 나에게 배려하지 못하는 것은 가만 놔두지 못한다.
둘째 나 혼자 편하게 잘 살면 된다.
이런 극단 이기주의 성향을 가진 입주민이 사는 공동주택에서는 입주자 간에 상호 이해관계가 얽히면 타협과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반목과 싸움으로 혼란을 만든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층간소음으로 발생한 살해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입주자들이 서로 조심해야겠다는 자정의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공동주택은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에 거주자가 쾌적한 주거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함께’와 ‘배려’라는 협력의 주거 철학이 뿌리내려야 한다. 남과 함께하고 남을 배려하기 싫다면 개인주택에 살아야 한다.
공동주택에서 주거의 편리함을 얻으려면 남을 배려하는 수고를 함께 감수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김호열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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