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환경 친화적 주거란 다양한 차원의 환경과 서로 화합할 수 있는 주거를 말한다. 이를 실현하자면 지구환경을 보전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자원이나 폐기물을 고려하고 주거단지 주변 자연환경과 친밀하고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환경 친화적 주거에 대한 관심은 리우선언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개발’에 개념적 배경을 찾을 수 있다. 리우선언이란 1992년 6월 3일부터 14일까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지구를 건강하게, 미래를 풍요롭게’라는 슬로건 아래 개최된 지구 정상회담에서 환경과 개발에 관한 기본원칙을 담은 선언문이다. 지속가능개발이란 ‘미래세대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발’이라 정의되고 있다. 이후 유엔 해비타트(UN HABITAT)회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이 강조돼왔다. 특히 주거단지 조성에 있어 생태계의 순환법칙을 쫓아 해결해야 하고 인간의 생활패턴이 자연과 동화 혹은 조화를 이뤄 인간의 주거지가 자연생태계의 요소로 파악해야 함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인 환경 친화에 대한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정부(건설교통부, 1999)의 환경 친화적 단지 개발은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생태적으로 향상된 설계기법을 강구하고 건축물의 설계에 있어 안전성, 환경성, 경제성을 가미하며 자연에너지 활용 및 순환하는 설계기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자연자원을 사용하고 폐기물의 효율적 관리 및 재활용 극대화, 건물의 배치 최적화 및 보수유지를 용이하게 계획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1990년대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환경친화주거단지 개념이 도입됐다. 물론 그 이전에도 부분적으로 도입 시도는 있었으나 환경 친화를 본격적으로 표방하고 나선 것은 90년대부터다. 몇몇 건설회사는 환경 친화적 설계요소를 상품화해 아파트 분양 광고에 활용하기도 했다.
선진국의 환경 친화적 주거 모범적 사례는 많다. 영국의 지속가능한 환경 친화적 단지개발은 ‘Bed-Zed’라 불리는 제로에너지 개발 사례(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를 들 수 있다. 베드제드의 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존재한다, 첫째,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생태적 디자인. 둘째, 높은 주택 밀도. 셋째, 대중교통망으로의 좋은 접근성이다. 가동이 중단된 오수처리시설 부지(전체면적 1만 6,500㎡)에 에너지제로 개발기법을 도입했다. 태양열과 풍력 등을 이용한 에너지 효율성 제고와 단지의 미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도록 설계됐다. 이 단지는 영국 최초의 친환경, 탄소중립 복합개발단지며, 주거·업무·상업 복합단지로 전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은 이미 1970년대 말부터 환경운동이 시작됐고, 2016년 현재 200개 이상의 생태주거단지가 건설됐다. 독일의 모범적 사례는 아커만보겐(Ackermann bogen) 타운이다. 이 단지가 주목받는 가장 큰 특징은 주거단지 난방수요의 약 47%를 태양열을 이용해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 단지의 특징 중 하나는 ‘패시브하우스’라는 개념으로 기존 방식의 난방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단열을 강화한 집을 뜻한다. 이 주택에서 생성된 열, 예를 들어 자연 태양광이나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열, 그리고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열 등이 마치 보온병 안에 있는 것처럼 벽과 창문의 최적화된 단열을 통해 집에 보존된다. 이로써 에너지 절약을 실현하며 동시에 높은 생활편리성을 누릴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오늘날 우리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화석에너지 이용체계와 외부환경 외에 여전히 기존의 건축구조에 따른 소재 소비 형태를 계속 유지할 경우 미래에는 생태계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2002년부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건축물의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를 도입해 친환경 공동주택 단지의 보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건축물 인증에 필요했던 친환경계획요소들의 관리문제에 대해서는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환경 친화적 주거단지 조성을 위해서는 건축물인증제도뿐 아니라 총체적인 환경 친화적 건축, 도로, 공원 등 물리적인 것과 동시에 문화적, 사회적, 공동체적인 소프트한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 친환경적 주거단지의 실현은 지속가능한 개발의 기본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임이다. 보다 더 종합적인 환경 친화적 주거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 제시가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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