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16>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사람은 기왕이면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폼나는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야구경기에서 전력질주 후 다이빙 캐치를 하면 미기상을 줍니다. 그러나 감독에게는 칭찬을 받지 못합니다. 미리 알고 한걸음 더 빨리 뛰었다면 편하게 잡을 수 있는 공이라는 것이지요. 편히 처리할 수 있는 것을 폼나게 잡는다고 한꺼번에 두개의 아웃을 주지는 않습니다.


1. 큰 일
아파트에서 큰일과 작은 일은 무엇일까요? 입주민 전체의 불편을 없애는 것일까요? 아니면 큰돈이 드는 공사를 하는 것일까요. 아마 자신의 신상과 관련한 문제를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하겠지요. 동대표를 해임하려는 경우나 관리사무소장을 교체하는 일, 관리회사를 바꾸는 일 등도 큰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동대표로서 가장 큰 일은 동대표 직에서 물러난 후 재임 중 처리한 일을 지적받지 않는 것이고, 관리사무소장으로서 가장 큰 일은 관리감사를 받는 경우일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법대로’ 하는 것인데 모든 업무는 공개해야 하며 무엇이 법인가는 서로의 잣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잘못은 잘못일 뿐 걸리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관리업무에는 야구처럼 미기상이 없습니다. 사고가 생겼는데 가장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했다고 칭찬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불편한 만큼 불평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2. 사소한 일
관리는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 모여서 이뤄집니다. 단지 안을 청소하는 일, 주차장을 관리하는 일, 재활용품을 정리하는 일, 음식물쓰레기를 잘 버리는 일, 단지 내에 휴지나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는 일, 밤늦은 시간에 세탁을 하거나 운동기구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는 일, 반려동물의 배설물을 치우는 일 등 생각하면 당연히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들입니다. 영국 속담에 온 마을을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것은 작은 성냥개비 하나를 버림으로써 족하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잊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리 적절하게 대처해 사고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관리의 본질임에도 사고가 생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사소한 일들이 큰 일로 이어지게 됩니다.


3. 사소한 일이 가장 큰 일이다.
관리의 목표는 발생한 큰일을 잘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큰 일이 생기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일이 생기고 난 다음에는 불편함을 겪어야 해결되며 잘 처리돼도 왜 이렇게 됐는가 하는 원인의 추궁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많은 일들을 보면 모두 사소한 일을 제대로 챙기지 않아서 일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보수공사를 하는데 작업이 끝났는지 여부를 알려주지 않고 전동차를 움직여 사람이 죽은 사고, 승강기 보수공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작동시켜 발생한 사망사고, 변압기 전압체크를 하면서 절연화를 신지 않고 너무 가까이 갔다가 감전된 사고, 겨울철 외기온도를 체크하고 보온시설을 점검하지 않아 배관이 얼어 터진 사고, 6,000톤이 넘는 세월호가 맥없이 쓰러져 침몰한 사고, 밀폐된 실내에서 용접작업을 하다가 일으킨 화재사고, 아이젠 없이 눈 치우다 넘어진 사고 등 사소한 일에 무심하다가 일어난 사고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큰일은 큰 이유로 일어나는 경우가 적습니다. 아주 작은 사소한 일들이 모여 결정적일 때 큰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제는 알고 그렇게 한 것보다 무심코 방치한 일 때문에 더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관리업무에 있어서는 사소하고 작은 일이란 없습니다. 메타세콰이어를 방치하면 그 뿌리가 하수관을 막아 어느 날 단지가 침수되는 것처럼 미리 예측하고 확인하고 예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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