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동화사는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것도 많다. 당간지주, 금당암 3층 석탑, 비로암 3층 석탑, 비로암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동화사 입구 마애불좌상 등은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방학이면 학생들의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한 동화사다.
팔공총림 동화사는 대승경전의 꽃으로 불리는 법화경을 주제로 한 법화산림대법회가 봄마다 통일기원대전에서 펼쳐진다. 부처님께서 열반 전 8년간 설한 가장 심오한 경전으로 평가받는 법화경은 금강경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널리 읽혀지고 있는 경전이다.
생명에 내재된 불성을 강조하고, 보살행의 실천을 핵심사상으로 하고 있는 법화경.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이자 동화사 방장 진제 스님은 법화사상의 핵심은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을 깨닫는 제법실상에 있다고 했었지.
인과응보(因果應報)경에 있는 말이다.

가사백천겁(假使百千劫)/ 소작업불망(所作業不忘)
인연회우시(因緣會遇時)/ 과보환자수(果報還自受)
가령 백겁 천겁이 지나가도, 지은 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연을 만날 때, 과보를 돌려받는다.

백, 천겁이 지나도 지은 업은 반드시 돌려받는다고 하는데도,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우국이 뒤끓고 감당할 수 없는 말들이 천지를 뒤흔든다.
혀 끝에는 칼을 숨기고 입술에는 꿀을 바른 그런 정치인이야 어디 있으랴만, 권력 앞에 도열을 하고 줄서기를 하는 중생들을 어찌하랴.
불을 가까이 하면 데이기 쉽고, 칼을 가까이 하면 베이기 쉽다는데.
영의정 갓끈을 잘못 잡고, 좌의정 소매 끝을 잘못 잡으면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는데.
영웅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 인간이 필요한 시대다.
가장 성스러운 곳이 국립묘지가 아니라 이름도 없는 무명용사의 탑이 있는 곳이란다. 어느 사찰이고 법당에도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가 있는 모양이다.
상단에는 부처가, 중단에는 호위신장들이, 하단에는 사바세계에서 인연을 다한 영가들의 위패가 있다.
하단에 영가를 모신 것은 계급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수시로 대할 수 있는 배려 때문이 아닐까.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는 계급과는 상관도 없고 차별도 없이 한 평 남짓이란다.
평범하지 않은 시대에 평범하게 사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심지대사가 심었다는 오동나무를 보며 동화사를 나온다.
내게 남겨진 인간적인 욕망의 잔고가 얼마나 될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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