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15>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세상 살아가기 힘듭니다. 내가 힘들다 보니 힘들어 보이지 않는 사람을 보면 배 아파서 더 힘듭니다. 냉전시대의 핵전쟁을 다룬 SF소설 중 ‘그날 이후’라는 TV드라마는 핵전쟁으로 태양열이 차단돼 이른바 ‘핵겨울‘이 찾아와 인류가 멸망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1. 한방은 같이 망하자는 것입니다.
흔히 핵이라는 말을 접두어로 사용할 때는 치명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치명적인 핵무기를 어떤 사람이 쏠까요? 비대칭 전략이라는 말은 전체 전력은 약하나 특정부분의 전력만 상대방 보다 강하게 해 대응하는 것으로 1962년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해 위기가 온 적이 있는데 만약 서로 핵무기를 사용했을 경우 미국의 절반과 소련의 전체가 멸망한다는 평가가 나온 것을 보더라도 너무 강력한 무기는 서로 사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소련의 후퇴로 마무리됐는데 지형을 이용한 비대칭 전략이 실패한 사례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전략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나도 ‘한방이 있다’는 것이지요. 누가 이기나요? 가진 것이,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이 양보하는 것이 상례입니다. 이겨서 얻는 이익보다 내 상처가 더 클 수 있는 것이지요. 같이 망할 수는 없습니다.
2. 누가 핵단추를 누르는가?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은 내가 이득을 얻는 만큼 상대방은 손해를 보는 현상을 말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겁쟁이가 진다는 치킨게임(Chicken game)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입주자대표회의의 비리를 보면 마치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도하지만 사실은 현실과 많이 다릅니다. 미국의 엽관제(獵官制, spoils system)는 선거에서 이긴 사람이 공직을 사냥의 전리품처럼 나눠 주는 것인데 정권에만 충성하는 무능한 사람을 공무원에 임명해 국민의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것을 개선하려고 선거의 결과와 관계없이 정년을 보장하는 직업공무원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하물며 입대의 회장은 사냥에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도 임명할 수 없고 아무것도 혼자 결정할 수 없습니다. 단지 안건을 정하고 회의를 소집하며 회의를 주재하는 사회자일 뿐입니다. 회장에게는 핵단추를 누르는 ‘그날’이 없습니다.
3. 관리는 치킨게임이 아닙니다.
 1991년 처음 선출된 지방의회 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했다가 2006년부터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를 지급하면서 유급화되고 전업의원도 생기게 됐습니다. 그러나 법령과 제도는 ‘아파트 관리는 니 집을 관리하는 것이니 동대표들에게는 보수를 줄 수 없다’며 회의출석수당(대부분 월 5만원) 외에는 개인적인 자료수집이나 연구를 위한 비용도 없습니다. 회장을 지원하는 조직도 감사의 대상인 관리사무소장뿐입니다. 그런데도 가끔 서로 회장을 하겠다고 목숨을 걸고 싸웁니다. 이겨서 회장이 돼 봤자 관리사무소장 괴롭히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는데도 말이지요. 현재의 관리업무는 촘촘하게 짜인 규정에 의해 처리되고 있습니다. 회장 한사람의 의지나 고집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이것을 깨닫는 것은 회의를 두 번만 해 보면 압니다. 그럼에도 마음대로 안 된다고 성질을 부리고 규정들을 알려주는 관리소장을 교체해 달라고 관리회사에 항의나 하다가 결국 해임을 당하거나 관리업무 부당간섭으로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왜 그럴까요? 임무를 권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반 규정을 확인하고 관리사무소장과 관리회사가 하는 일을 조율한다는 생각으로 바꾸지 않으면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망가집니다. 누가 양보해야 할까요? 오죽하면 입대의 감사를 2명 이상 두고 같이 의결에 참여하는 감사에게 재심의 요구를 할 수 있게 법을 개정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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