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세상만사가 간지러운 사월의 새벽에
자색치마 사이로 슬깃슬깃 흰 속치마가
간혹 뒤집히며 보였지요

바람막이 없이도 살아보려고
어설픈 세간들을 이리저리 엮어보던
쌀뜨물 같던 살결에 앞치마가 넉넉했던 새아지매
가문을 이별하던 날의 뒷모습은
소리 내지 않는 봄비처럼 눅젖었지요

전날 밤
꽃떨기처럼 벙그던
함박웃음도
슬플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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