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집 떠나면 고생이고 내 집만 한 곳이 없다’라는 속담이 전해오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주택 소유욕이 매우 강하다. 이러한 현상은 자가 소유가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것보다 경제적으로나 주거생활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경험과 인식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집은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며 이재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 치솟는 주택가격은 내 집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 꿈의 실현을 어렵게 하고 있다.
2014년 국토부 신혼부부가구 주거실태 패널조사에 의하면 신혼부부(결혼 5년 이내) 10쌍 중 6쌍은 현재 전·월세 주택에 살고 있지만 전체 약 85%는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가구 평균치(79.1%)보다 높은 주택 보유 의식이다. 또 신혼부부의 약 40%는 주택 구입 자금 및 전셋값 등 주택비용 마련을 위해 맞벌이를 하고 있다. 신혼부부의 연 평균 소득은 4,400만원 선으로 내 집을 마련할 때까지 8년 7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경실련 조사보고에 따르면 1988년 이후 29년간 노동자 평균임금이 약 6배 오른데 비해 서울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구) 아파트 값은 임금 상승치의 43배, 비강남권은 19배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결과를 종합하면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 치솟는 집값이나 전·월세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내 집 마련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내 집 갖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시대상을 반영하듯 최근 집을 ‘소유’의 개념에서 ‘거주’에 목적을 둔 주거개념의 변화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협동조합형 주거다. 주택협동조합은 자발적으로 가입한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주택공급과 관리사업의 한 형태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 및 남미국가에서 성행하고 있는 주거방식의 하나다. 협동조합주거는 주택소비자(입주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결성한 단체인 법인체를 통해 경제적이고 편리한 주택 및 공동체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돼 2012년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5인 이상만 되면 출자금에 상관없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고, 이 법의 제정 이후 주택협동조합 설립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의 최초 주택협동조합은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이다. 이 조합이외에 최근 100여 개 주택협동조합이 설립되거나 준비 중에 있다.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은 서울 북한산 등산로 입구 약 512㎡ 부지에 다세대주택으로 지하 1층과 지상 1층엔 세 개의 점포가 입점 가능하고, 지상 2층부터 4층까진 여덟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들 조합원들은 주택의 설계부터 완공까지 모든 것을 협력해 이룬 결과다. 입주민들은 함께 텃밭을 가꾸고, 공동 공간 ‘사랑방’을 둬 함께 영화도 보고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공동체 생활의 진수를 발견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상가에서 나오는 임대수익도 공평히 나눈다. 지역사회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랑방은 마을 회관으로 내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주택협동조합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은 한국형 협동조합주거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모델로 평가된다.
 협동조합형 주거는 따지고 보면 오래된 한국인들의 주거 생활모습이었다. 우리의 선조들은 마을의 개념이 뚜렷했고 이웃 간 정을 나누며 공동체적 삶을 영위해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두레, 품앗이, 계 등이다. 두레란 촌락단위에 조직된 주민들의 상호협동체를 말한다. 두레는 촌락공동체의 공동노동, 상호관찰, 상호부조 등 지혜로운 주거생활의 한 형태였다.
협동조합주택은 아직 우리에겐 생소하기만 하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대안적 주거를 성공적으로 확산할 수 있을까? 첫째, 주민의 공동체의식이 충만해야 한다. 서로 돕고, 나누고, 양보하는 사회적 자본이 충분하지 않으면 협동조합적 주거는 실현성이 높지 못하다. 둘째, 정부의 지원이 따라야 한다. 선진외국의 협동조합주택의 경우 대지, 건축자재 등 지원책과 동시 금융, 세제 면에서도 다양한 인센티브가 있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은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등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적 방안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한국형 협동조합주거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미 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협동조합주택형태 및 주거패턴을 분석하고 우리의 주거문화와 주거상황에 적합한 한국적 모형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주거문제에 시달리는 많은 무주택서민들을 위해 단순히 내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이루며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안정을 누릴 수 있는 협동조합형 주거정책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