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채 희 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인천시회장

병원에서 아기가 태어났을 때 가장 처음 하는 일은 아이가 정상인지 체크하고 손목에 이름표를 부착하는 일이다.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첫 작업이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 손수건과 함께 이름표를 달았던 기억은 연세 지긋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학창시절에도 누구나 이름표를 달고 다녔고 사회에 첫발을 디딘 후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우리는 보통 수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주고받는 일이 기본이다. 명함을 주고받는 일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정확히 알리고자 함과 동시에 자신의 이미지를 확신시키는 첫 걸음인 셈이다.
십수년 전 꿈에 부풀어 주택관리사보 자격을 취득하고 처음 했던 일은 협회 가입과 함께 협회 마크가 새겨진 명함에 쬎쬎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주택관리사 쬎쬎쬎이라고 새겼던 기억이 새롭다.
2015년 협회 임원이 되고 협회의 존재를 알리고자 구청장, 국회의원, 시의원 등 정치하는 분들을 만나는 일들을 자주 하게 됐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주택관리사 마크가 새겨진 명함을 건네면 고개를 갸우뚱하며 주택공사 또는 주택관리공단이냐, 주택관리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되물어 본다.
실제로 내가 만나본 정치인 중에 주택관리사를 정확히 아는 정치인은 거의 없을 정도다. 그것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라는 설명을 하면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관리소장이요”하고 말이다.
관공서 문을 나서며 실망을 많이 했다. 의원씩이나, 구청장씩이나 하면서 주택관리사를 모르다니 그러면서 무슨 정치를 한다고 그러느냐 빈둥거리며 비웃은 적이 있다.
그런데 몇 개월 후 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됐다. 지부 모임, 분회 모임 각종 교육에서 회원들과 인사하며 받은 명함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많은 회원들이 자존감을 지켜줄 명함에 주택관리사는 없고 ‘쬎쬎회사 쬎쬎아파트 관리소장 홍길동’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왜 그럴까?
수년 전 매년 실시되는 시험제도의 변경은 합격자 과다배출로 인해 취업문이 좁아지고 주택관리사가 가져야 할 직업 윤리와 가치 윤리의 질적 저하로 이어져 동료 간에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취업을 위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에 무감각해지는 일과 위탁관리회사에 종속되는 현상이 일반화돼 버렸다.
그러다 보니 주택관리사라는 직업의식은 망각한 채 오로지 취업을 위해  쬎쬎회사 관리소장으로 스스로를 폄하하고 존재감을 잊게 되지 않았나 싶다. 
어떤 분에게 왜 명함을 만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명함이 필요 없다거나 언제 이직할지 모르는데 아깝지 않은가라는 반문과 자리가 안정되면 명함을 만들겠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관리현장이 어려워지고 각박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자존감까지 내려놓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길 원한다. 우리가 진정 전문가로서 인정받길 원한다면 내가 누구인지 당당히 이름표를 붙이고 앞에 나서야 한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라는 노랫말이 생각난다.
지난해 4·13 총선 때 정치 입후보자들을 많이 만나봤다.
대부분의 후보가 관리소장만 기억하고 주택관리사를 모르는 실정에서 제도개선은 더딜 수밖에 없음이 현실이다.
주택관리사가 갖는 직책은 공동주택관리법에 근거한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이다. 우리는 일반인이 부르는 보통의 건물, 공원, 상가 소장과는 다름에도 불구하고 주택관리사라는 정확한 인식 없이 스스로를 낮춰버린 것은 아닐까?
한 조직이나 단체의 부활은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회원들의 정서나 수준이 결정하며 아울러 그 중심에 있는 집행부에서는 그 구성원이 직업의식과 자존감을 찾을 수 있는 정책이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인천시회에서는 지난해 후반부터 우리의 자존을 찾기 위해 주택관리사 명함 만들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많은 회원들이 주택관리사의 자존을 찾고자 당당히 명함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는 관공서를 다녀도 정치인을 만나도 관리소장이 아니라 주택관리사라는 직업과 관리사무소장 이라는 직책을 당당히 말하고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누가 먼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논하기 전에 전국 5만여 명의 주택관리사가 하루에 한장씩 주택관리사가 새겨진 명함을 전달한다면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주택관리사가 사회의 중심이 되고 우리가 염원하는 신분보장과 회원의 권익이 충만하는 제도가 만들어지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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