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실효성 제고 위한 보완 시급

 

▲ 대주관 회원권익위는 부당간섭 고충민원에 적극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대한 ‘부당간섭 배제’ 규정을 명시한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가 시행 당시 우려했던 것처럼 선언적인 규정에 그치면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각 지자체에 부당간섭 사실조사 의뢰가 접수되고 있지만 사실상 규정 자체도 명확한 잣대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다 지자체 역시 이에 대한 판단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여서 벌써부터 사문화 조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해당 규정상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소장의 업무에 부당하게 간섭해 입주민에게 손해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문구로 인해 지자체에서는 입주민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부당간섭으로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식의 해석을 하고 있어 부당간섭 사실조사 제도가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 R아파트 부당간섭 또 접수
서울 강남구청에는 지금까지 2건의 부당간섭 사실조사 의뢰신청이 접수됐다. 2건 모두 같은 단지인 R아파트에서 제기한 사안으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해 10월 말로 해임을 당한 강모 소장에 이어 후임으로 온 김모 소장도 부임한 지 5개월만인 올해 3월 말로 단지를 떠나게 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 소장은 입대의의 의결정족수가 부족해 안건을 처리할 수 없음에도 회장이 선거관리비용 부담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의결을 강행하자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이를 이유로 회장이 주택관리업자에게 소장 교체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선거관리비용 안건은 관리규약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입대의 의결만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 R아파트를 방문,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 회원권익위 사실조사단

#대주관 회원권익위 적극 지원
이에 김 소장은 강남구청에 회장의 ‘부당간섭’으로 인한 사실조사를 의뢰하는 동시에 대한주택관리사협회(회장 최창식) 회원권익위원회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고충민원을 접수받은 회원권익위(위원장 김창현)는 지난달 7일 회의를 열어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부당간섭에 따른 해고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하고 취업시장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김학엽)와 협력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 진행에 앞서 최창식 회장은 주택관리사 회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머리를 맞대달라고 특별히 당부하기도 했다. 9일에는 회원권익위 봉만영 제도개선분과위원장, 취업시장정상화추진위 박정도 위원, 윤권일 안전·권익국장, 서울시회 강성수 사무국장, 본회 권익팀장인 문은영 변호사가 R아파트를 방문, 입대의 장모 회장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장 회장은 소장이 보증보험증권을 자신에게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회원권익위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해 원만한 진행이 다소 지연되기도 했다. 회원권익위 사실조사단은 장 회장에게 입대의 정기회의 시 소장이 선거관리위원회비 부과변경건에 대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재심의 요청 및 전기 동대표 참석문제로 이의제기를 한 사실이 있는지, 이후 주택관리업자에 소장 교체를 요구했는지 등 객관적인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장 회장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재심의 요청만으로 소장은 면책이 되는데 입대의 의결에 따르면 된다는 식의 답변을 내놨으며 의결정족수 에 대해서도 여전히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R아파트 관리규약에는 “기존 입대의 임기가 만료됐으나 새로이 동대표를 미처 선출하지 못한 경우 공동주택의 안전 및 관리 등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새로운 동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는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입대의 의결정족수의 미달된 때에 한하며, 일부 동대표가 선출됐을 경우 선출된 동대표와 협의 등을 통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R아파트의 의결정족수 문제를 들여다보면 입대의 정원은 15명으로 2017년 1월 현재 선출인원은 6명. 입대의는 의결정족수가 부족하자 전기 동대표 중 2명을 추가해 회의를 진행, 기존 선거관리비용 부담을 전체 입주민 부담에서 미 선출된 동의 입주민만 부담하는 방식으로 변경 의결했다. 그러자 김 소장은 위법사항임을 인지, 재심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주택관리업자에 대한 소장 교체 요구.  
#관할관청 해결의지 역부족
회원권익위 사실조사단은 R아파트 현장방문 이후 강남구청 주택과도 찾아 현장조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면서 똑같은 일이 더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정명령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강남구청 공동주택관리팀 관계자는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부당간섭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당사자 간 의견과 주장이 서로 합치되지 않는데다 부당간섭으로 인한 입주민들의 재산상 손해가 명백하다는 점을 입증할 증빙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부과처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R아파트의 경우 종전 소장이 교체된 배경에도 의결정족수 문제가 작용했다. 전임 강 소장은 “부당간섭으로 강남구청에 사실조사를 의뢰, 실무 담당자는 과태료 부과까지 검토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반영되지 않고 종결됐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부천 W아파트 당사자 간 주장 달라 판단 불가(?)
경기도 부천시청에 사실조사를 의뢰한 W아파트 서모 소장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말경 해당 위탁관리업체 본사에 불려가 사직을 권유받은 서 소장은 관리과장에 대한 인사권 등 소장의 업무에 대해 입대의 회장이 주택관리업자에게 압력을 행사해 자신을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부천시에 사실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부천시는 황당한 결과를 내놨다. 부천시는 “소장의 주장대로 인사권 등 관리사무소 업무의 지휘·총괄과 관련된 간섭이라면 부당한 간섭일 것이나 입대의에서 주장하는 소장의 교체사유는 소장의 인격 모독적 언행과 부당한 예산계획 수립 등”이라며 “소장 교체 사유와 관련해 서로의 주장이 다름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소장이 제출한 자료에 관리과장의 인사처리 과정으로 입대의가 본사에 소장 교체를 요구한 점이 소장의 업무를 부당하게 간섭해 입주자 등에게 손해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모호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회신했다.
더욱이 부천시는 “입대의의 소장 교체요구는 공동주택 입대의와 위탁관리업체가 민사적 계약관계임을 감안할 때 계약서상 소장의 교체사유를 명시하고 있다면 계약서상 정해진 방법으로 가능할 것이지만 현재 입대의가 계약서상의 절차를 밟아 진행했는지 여부와 그 절차가 적법한지에 대해서는 관련 서류를 갖고 법률전문가나 법률구조공단에 문의해주기 바란다”며 이를 전가했다.
이 같은 부천시의 결과 통보에 서 소장은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이에 서 소장은 부천시에 거듭 사실 조사를 의뢰한 상태. 한편 강남구 R아파트와 부천 W아파트의 공통점 중 하나. 바로 입대의 회장에 대한 해임투표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관리현장은 해임 요구 비일비재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에 의하면 입대의가 소장의 업무에 부당하게 간섭해 입주자 등에게 손해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소장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이를 보고, 사실조사를 의뢰할 수 있으며 시장·군수·구청장은 즉시 이를 조사해야 하고 부당간섭 사실이 인정되면 입대의에 필요한 명령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때 입대의는 소장의 사실조사 의뢰 또는 지자체의 명령 등을 이유로 소장을 해임하거나 해임하도록 주택관리업자에게 요구해서는 안되며 위반 시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은 앞의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유명무실하다. 뿐만 아니라 부당간섭 사실조사를 지자체에 의뢰한 것과 관계없이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소장 교체 요구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당간섭 사실조사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보다 명확하고 실효적인 장치 마련을 위한 입법 보완과 함께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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