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 事 논 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인간의 주거는 삶의 질과 직접적 연관을 지닌다. 주거란 단순히 주택이라는 물리적 실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주거는 사람의 거주활동 공간 및 그 안에서 이뤄지는 생활까지 모두 포함한다. 인간은 주거활동을 통해 가족생활을 보호하고 유지하며 자녀교육과 휴식 그리고 지역사회 기반과 공동체적 역할을 수행한다.
삶의 질(QOL)은 사람들의 복지나 행복의 정도를 말하며 물질적인 측면과 정신적인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삶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요소로는 경제적 수준을 나타내는 1인당 국내 총생산(GDP), 경제 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 건강과 보건의 보장정도, 교육과 학습의 정도 및 환경, 고용 및 근로 생활의 질 등이 있다.
주관적인 요소로는 개인의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가져오는 것으로는 원만한 대인 관계나 사랑과 존경의 욕구 실현, 삶의 목표를 추구해 가는 진취적인 정신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주거와 삶의 질’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절감하고 있다. 결혼 초반에 내 집을 소유하느냐 전월세로 살아가느냐는 평생 삶의 질을 좌우하게 된다. 봉급생활자의 경우 임금 상승폭보다 주택 가격 상승률이 훨씬 가파른 상황이 지속되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 집을 소유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부부들은 맞벌이로 상당한 소득이 있다 해도 내 집 마련은커녕 뛰는 전세 값을 감당하기에도 힘겹다.
국토교통부 신혼부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혼인 1~5년차 신혼부부들(조사 대상 2,574쌍)은 결혼 이후 평균 103개월(8년 7개월)이 지나야 집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10명 중 3명(33.4%)은 ‘언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평생 못 살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 이내 혼인한 신혼부부(2015년 11월 1일 기준)는 147만2,000쌍이고 이 중 주택 문제가 심각한 수도권 거주자는 52.3%이었다. 또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자는 57.4%로 10명 중 6명꼴이었다. 주택을 소유한 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는 0.88명이지만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부부의 경우 0.77명이었다. 즉, 주택을 소유함으로써 주거문제에 안정을 찾았다고 판단되는 부부의 출생아 수가 많다는 증거다. 출생률 증대를 위해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 인식하게 하는 대목이다. 인구 노령화와 출생률 감소가 오늘날 한국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사회문제로서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2014년 98만가구다. 전반적으로 1인당 평균 거주 면적은 증가하는 추세지만(2010년 31.7㎡에서 2014년 33.5㎡로 증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는 삶의 질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주거안정성을 나타내는 자가 점유율은 감소추세고 임차가구의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20.3%로 증가경향이 뚜렷하다. 반면, 전세의 빠른 월세전환으로 임차가구 중 월세비중은 전체가구 중 55.0%로 크게 증가했다.
임차가구의 대부분은 소득대비 임대료 비율이 너무 높아 삶이 피곤해진다. 저소득층 및 신혼부부들은 내 집을 장만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비록 내 집을 갖지 못한다 해도 세입자로 인간다운 주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삶의 질 향상의 지름길이다. 이들 저소득층과 신혼부부 등 내 집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주거를 통한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정책적 대안을 모색해보자. 첫째,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복지형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고 있지만 전체주택에 차지하는 비중은 약 5% 수준으로 OECD 및 EU국가 평균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신혼부부 등을 위한 다양한 저렴임대주택공급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정부와 공공의 힘만으로 저렴임대주택을 공급 확대하기란 한계가 있다. 그래서 민간의 자본을 활용한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활용한 임대주택공급이 더욱더 확대될 수 있도록 법제, 세제, 금융 등 획기적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서구 및 개도국 여러 국가에서 시도하고 있는 비영리주택 및 협동조합주택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진정한 삶의 질 개선은 주거의 안정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인간다운 주거생활이 없이 삶의 질 개선과 웰빙을 기대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을 추구하면서, 국민들의 최저주거기준을 상회하는 주거 생활의 보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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