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된장은 그 어떤 다른 재료와 섞여도 결코 자기 맛을 잃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중심이 확고한 일편단심의 단심(丹心)을 가졌단다.
사랑도 이해타산의 계산이 오가는 지금, 단심을 갖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된장은 정몽주의 단심가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그리고 된장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항심(恒心)을 가졌단다.
네가 없으면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그 지독한 사랑도, 세월이 흐르면 틈이 생기고 금이 가고 깨어지는 것들도 있지 아니하던가.
처음과 끝이 같고, 나중과 지금이 같으며, 시작과 종착이 같은 걸 항심이라고 했지.
초심을 끝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항심, 그것이야말로 진실한 사랑이리라.
또한 된장은 세속의 욕망과 판단을 벗어난 無心을 가졌단다.
무심은 마음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과 비교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리라.
그래서 나의 이해(利害)와 관계없이 병의 원인이 되는 지방을 녹여내고, 좋지 않은 기름기를 없애주고, 비린내를 제거하는 덕을 된장의 무심이라고 한단다.
된장은 부처님처럼 자비롭고 선한 마음을 가져 맵고 독한 맛들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니 이를 된장의 선심(善心)이라고 한단다.
살다 보면 어찌 미운 사람이 없고 좋은 사람이 없을까보냐. 자연의 하루에도 비바람 몰아치고 햇볕도 나는 것을. 그러나 사막은 태양을 탓하지 않고 태양은 구름을 탓하지 않는 것처럼 된장은 무한자비의 관세음보살이다.
그리고 된장은 그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며 조화를 이루니 화심(和心)을 가졌단다.
세상은 더불어 살고 함께 뛰어가는 것, 세상은 함께 울고 같이 웃는 것.
열두제자의 발을 씻겨주고,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님 같은 된장이여. 그 넓고 깊은 맛이 어머니의 품 속 같은 된장이여.
나는 된장의 그 깊고도 오묘한 오덕을 이제야 알지만, 생선회를 먹을 때도 초장이 아니라 된장에 찍어 먹는다. 상추나 쑥갓의 쌈에도 된장이요, 저 지글거리는 삼겹살구이에도 된장이다.
식은 밥 물 말아 풋고추 하나 된장에 쿡 찍어 먹으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고 밥도둑이 따로 없던 시절도 있었다.
분명 된장의 무한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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