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 흥 수 회장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충남도회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국내 유수의 일간지 기자가 보여준 현실 인식의 오류가 이렇게까지 심각한지 몰랐다. 지난 21일 모 일간지에 “아파트 관리소장 밥그릇 늘리려는 관리사협회”라는 제목의 글은 우리나라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무뇌(無腦)적 인식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까지 수준이 낮을 수가 있을까?
이 기사가 정말 국내 유수의 일간지 기자에 의해 작성된 것인지 의심되는 이유는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 대한 현실 인식의 저급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최소한의 객관적 사실에 대한 오류가 너무 많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공동주택관리법을 ‘현행 주택법’으로 기술한 점이나 2만여 명의 협회 회원을 5만명으로 과장 표현한 것은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치더라도 국내 유일의 공동주택관리 전문가단체인 대한주택관리사협회를 한국주택관리사협회로 잘못 기술한 점은 남의 고유한 이름을 함부로 바꿨다는 점에서 지탄받을 일이다.
특히 150가구 미만의 아파트에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소지한 관리사무소장을 채용하면 소장 밑에 2~3명도 뽑아야 한다는 내용은 기자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악의적인 왜곡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모두 아는 대로 지금도 규모가 적은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주택관리사 관리소장이 경리직을 겸직하거나 시설주임직을 겸직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이는 경비원 한두 명과 미화원 한두 명 외에 관리사무소에서 혼자 근무하면서도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택관리사 소장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악의적 기사가 아닐 수 없다.
주택관리사 관리소장의 급여가 최하 300만원 이상이라는 내용 역시 사실의 심각한 왜곡이기는 마찬가지다. 월 300만원 이하의 급여를 받고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주택관리사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화 한통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초적 사실 조차 틀리게 기술한 기자의 자질도 의심스럽지만 더 큰 문제는 무지(無知)에 근거한 왜곡 기사로 인해 많은 국민들에게 공동주택관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관리비 절감의 중요성을 모르는 주택관리사들이 어디 있겠는가? 내 집 관리하듯 단 한 푼의 관리비라도 아끼려고 노력하는 게 주택관리사들의 본능이다. 문제는 전문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때 발생하는 무형의 손실이 너무 크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있다.
최소한의 적정 비용을 투입해 최적의 관리행위를 할 때 공동주택의 장수명화가 이뤄지며 그것이야말로 관리의 본질이자 관리비를 가장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공동주택은 일반 국민들이 소유한 가장 비싼 자산이다. 50년 이상 사용해야 할 값비싼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30년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이겠는가?
소규모 공동주택을 이대로 방치하면 머지않아 사회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뻔히 보이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전문가로서의 책임의식에 근거한 정책 제안을 밥그릇 운운하며 매도한 기사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기자는 팩트, 즉 사실에 기초해 기사를 써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이비 혹은 기레기라 불린다. 그렇지 않아도 기레기가 많은 세상이다. 해당 기자는 앞으로 최소한의 기초적 사실에 근거한 기사를 쓰기 바란다. 적어도 기자라 불리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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