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관리업자 근로자 보호의무 다하지 않은 사용자 책임 부여
가해 입주민, 유족에 2,500만원 지급 강제조정 결정 확정

 

 

서울중앙지법

지난 2014년 10월경 입주민의 폭언과 모욕적인 행동에 견디다 못해 분신자살을 택한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사망사건. <관련기사 제902호 2014년 10월 22일자 게재>
공동주택 관리현장뿐만 아니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경비원들의 인권문제를 다시금 사회적 이슈로 던지면서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전환점이 된 잊지 못할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최근 정신적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당 경비원에 대해 가해 입주민뿐만 아니라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주택관리업자도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7단독(판사 서봉조)은 지난 10일 경비원 故이모씨(이하 이씨)의 유족들이 주택관리업자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주택관리업자 A사는 유족에게 약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유족들은 이씨에게 폭언을 일삼은 해당 입주민 B씨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지난 1월 22일 해당 입주민은 유족에게 2,500만원을 지급하라며 강제조정결정을 내렸고 이 결정은 그대로 확정된 바 있다.  
판결문에 의하면 이씨는 2013년 9월경부터 이 아파트 외곽초소에서 근무해오다 2014년 1월 D동으로 배치됐다가 같은 해 7월 경비원들 사이에서 근무기피지로 알려져 있는 C동으로 전보 조치됐다. C동 입주민인 B씨는 이씨에게 심한 질책과 욕설을 했고 심지어 유통기간이 지난 음식물을 먹으라고 하는 등 인격적 모멸감을 주는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이씨는 2014년 8월경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사고 당일 아침에도 입주민 B씨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은 이씨는 다른 동 입주민의 차량 안에서 시너를 몸에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했고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한 달이 경과한 11월경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이 같은 사고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입주민과의 심한 갈등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보고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했다. 
법원은 먼저 대법원 판례(사건번호 97다12082)를 참조해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비원 이씨의 경우 입주민 B씨로부터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인해 우울증이 더욱 악화됐으며, C동은 입주민 B씨의 경비원들에 대한 과도한 괴롭힘으로 인해 경비원들 사이에 근무기피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었고 주택관리업자 A사 역시 이를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A사는 근무기피지에 근무하는 이씨의 애로사항 등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한 이씨는 경비팀장에게 근무지 변경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경비팀장은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취하기보다 사직을 권유한 점, 이씨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주택관리업자 A사는 이씨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근무부서 변경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근로복지공단도 업무상재해로 인정한 점 등을 종합하면 주택관리업자 A사는 이씨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서는 이씨가 입주민 B씨의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태에 처해 있었던 점은 인정되지만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동을 선택한 이씨의 잘못도 도외시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총 2,500만원으로 정했다.
한편 경비원 유족들의 소송대리를 맡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입주민이 아파트 경비원을 괴롭힌 행위, 그리고 이를 방치한 행위에 대해 가해 입주민과 주택관리업자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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