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봄 냉이 바지락 된장국이 밥상 위에 오르는 계절이다. 사시사철 가리지 않고 밥상 위의 국가대표가 있으니 된장이다.
미식가들의 성서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음식의 간을 맞추고 맛을 내는 조미료의 기본 식품이 된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옛날엔 시렁에 메주가 대롱거리면 겨울이 오순도순 따뜻하기도 했었다.
장독대에 햇살이 도란거리면 소리 없이 익어가는 된장의 속살은 앓을 대로 앓은 사랑가다. 좋은 간장, 좋은 된장이 되기 위해선 추위가 절정인 음력 정월에 담가야 숙성기간도 길어 깊은 맛을 낸단다.
추운 겨울 꽁꽁 언 땅에서 돋아난 겨울 냉이, 그 냉이를 조물조물 씻어 된장을 풀어 끓이면 냉이된장국이다. 달래를 넣으면 달래된장국이다. 겨울이면서 봄의 향기를 불러오는 냉이 된장국을, 대한인 오늘 먹었다.
나는 된장국을 참으로 좋아한다. 콩나물을 넣은 콩나물된장국도, 고구마줄기를 넣은 고구마줄기된장국도, 호박잎을 넣은 호박잎된장국도, 감자를 넣은 감자된장국도 좋다. 양파와 매운 고추를 넣어 숟가락을 후후 불며 먹는 된장국은 첫사랑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땀이 솟는다.
아이들도 식성이 부모를 닮았는지 시집간 딸들이 친정에 올라치면 집에 들어서기가 바쁘게 된장만 끓이란다. 소고기 돼지고기 아무것도 필요 없고 주방에서 된장냄새가 나면 세계엔 평화가 오고 온 집안이 고소하다.
설날이라고 세배를 온 손자 녀석들 마저 먹을 것이 지천인데 할머니 보고 된장을 끓여달란다. 된장을 좋아하는 식성도 내림인 모양이다. 시래기를 넣으면 시래기된장국도, 쑥을 넣으면 쑥 된장국도, 두부를 넣으면 두부된장국도, 꽃게를 넣으면 꽃게된장국도 어느 것 하나 맛나지 않은 것이 없다.
소고기된장찌개, 돼지고기된장찌개가 아니더라도 우거지된장국 하나로도 시원한 힘의 원천이 되어 맨 아래 힘줄마저 불끈 솟는다.
된장의 원료는 4000년 전부터 재배해 왔다는 콩이다.
청양에는 고추나 구기자가 유명하고 천장호수니 천장호의 출렁다리가 알려져 있다 해도 칠갑산에서 베적삼이 흠뻑 젖으며 콩밭 메는 아낙네가 더욱 유명하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느냐고 하지만 콩이야말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우리의 동반자다. 
논에 심으면 논 콩이요, 밭에 심으면 밭 콩이요, 두렁에 심으면 두렁 콩이다. 식물성 단백질이니, 밭에서 나는 소고기니 하는 그 낱 알갱이 하나하나의 영양 덩어리가 익고 익어 뜨겁게 가슴을 열어 삶아지고 빻아지고, 메주가 되어 발효가 되고 숙성이 된 된장.
인내의 완결판이라고 하는 된장은 근 1년 여의 세월을 소금물에서 견딘다. 제 살을 파고드는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진주조개의 눈물처럼 말이다.
삶의 고통을 맛으로 도약시키는 된장은 무한자비로 무엇을 첨가하느냐에 따라 이름도 달라지고 맛도 달라진다.
막된장이니, 토장이니, 청국장이니, 담북장이니, 그 이름도 숱하게 많으며 지역에 따라 나누면 그 이름이 무궁무진이다.
그러나 이름이 아무리 많아도 된장은 된장 고유의 특색과 맛으로 품격을 지닌다.
그래서 된장에 오덕(五德)이 있다고 하니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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