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금 용도 외 사용금지 규정 법령에 명시하기 전
장충금, 변호사선임비·구조안전진단비 등으로 지출
원심서 유죄 인정돼 벌금형 선고유예 받은 회장 ‘무죄’

대법원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장기수선충당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업무상횡령죄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100만원의 벌금형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전북 익산시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전 회장 A씨에 대해 원심판결을 파기,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00년 3월경부터 2년간, 2003년 10월경부터 2010년 12월경까지 입대의 회장을 맡은 바 있는 A씨는 업무상 보관하던 특별수선충당금(현 장기수선충당금, 이하 장충금) 중 1,000만원을 구조진단 견적비로, 900만원을 변호사 수임료로 사용함으로써 용도가 엄격히 정해진 예산을 관리규약에 위배해 임의로 다른 용도로 사용해 횡령했다는 이유로 공소가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항소심 법원인 2심 전주지방법원 형사1부(재판장 박원규 부장판사)는 지난 2013년 11월경 대법원 판례(2003도4732)를 참조해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돼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면서 A씨가 관리규약 등에 의해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장충금을 정해진 용도 외에 사용한 사실을 인정, 설령 입대의 의결 등을 거쳐 장충금을 사용했다거나 그 사용에 결과적으로 장충금을 위탁한 입주자들을 위하는 측면이 있더라도 A씨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바 있다. 
그러나 상고심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지난달 15일 상고심 재판부는 “장충금은 아파트 주요시설의 교체 및 보수를 위해 별도로 적립한 자금으로 원칙적으로 그 범위 내에서 사용하도록 용도가 제한된 자금으로 해석함이 타당해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A씨에 대해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선 당시 시행되던 구 주택법 제51조 제3항은 ‘장충금의 요율·산정방법·적립방법 및 사용절차와 사후관리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면서 동법 시행령에서 ‘장충금의 사용은 장기수선계획에 의하되, 그 사용절차는 관리규약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특히 “2013년 6월 4일 개정된 구 주택법에 ‘입대의 및 관리주체는 장충금을 이 법에 따른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신설돼 시행되기 전까지는 장충금의 용도 외 사용은 관리규약에 의해서만 제한받을 뿐 법률이나 시행령에 의해 금지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파트의 심각한 하자로 인한 긴급한 법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장충금을 건설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한 점 ▲장충금 지출에 앞서 2003년 3월경 입주민총회에서 지출을 포괄적으로 승인하는 결의를 마쳤고, 이를 전후해 입대의가 여러 차례 장충금 지출을 결의한 점 ▲구조진단 견적비 1,000만원을 지출할 당시 소송에 103가구 중 75가구 구분소유자들이, 변호사 수임료 900만원을 지출할 당시 82가구의 구분소유자들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춰보면 A씨가 입주민들로부터 포괄적인 동의를 얻어 장충금을 위탁의 취지에 부합하는 용도에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입대의가 입주민총회 이후 익산시장에게 장충금 사용 신고를 한 점, 입주민총회에는 외부인들도 참석한 점을 보면 A씨로서는 자신이 장충금을 입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인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A씨가 장충금을 용도 외로 사용한 것을 두고 위탁의 취지에 반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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