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가 살던 곳

 

 

서울 종로에서 역사문화기행을 떠나보자.
눈 쌓인 고궁이 있는 곳, 도깨비가 살던 곳,
전통이 남아있는 곳,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곳으로.


먼저 안국역 4번 출구 앞에 위치한 운현궁으로 떠나보자. 때마침 눈이 내린 고궁은 하얀색 빛으로 뒤덮여 마지막 겨울 풍경을 선물해준다. 입구 오른편에 수하들이 지내던 수직사를 지나면 거대한 나무가 서 있는 노안당 입구가 나온다. 흥선대원군의 주된 거처였던 노안당을 시작으로 노락당, 이로당이 일렬로 이어져있다. 건물들 사이사이로는 겨울에도 푸르른 소나무들이 고궁을 지키고 서 있다. 담장 아래에는 오죽(烏竹)들이 기품 있는 풍경을 더하고, 가을에 열렸던 주황빛 감들은 그대로 얼어붙어 겨울풍경이 됐다. 어느 고궁이 그렇듯이, 운현궁 또한 사계절이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입장료가 없어 더 편하고 쉽게 찾을 수 있는 아담한 궁이다. 이곳이 요즘 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운현궁 양관이다.

운현궁 양관은 운현궁의 노락당 내부에서 기와지붕 너머로 보이던 근대식 건물이다. 운현궁에서 나와 덕성여대 종로캠퍼스 내부로 들어서면 운현궁 양관으로 갈 수 있다. 서서히 시야에 들어오는 양관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최근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다.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이 곳에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내부에서는 촬영을 하지 않았지만, 외관의 현관만이라도 보려는 사람들이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찾는다. 사실 운현궁 양관은 일제 강점기 초에 일본이 우리 왕족을 회유하고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이준용에게 지어준 건물이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이곳이 이제는 또 다른 의미에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됐다.

 

안국역 6번 출구는 인사동길이다. 전통과 문화가 있는 곳이다. 특히 요즘 유행이 된 한복입기 덕에 더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거리가 됐다. 인사동의 중앙에는 쌈지길이 있는데, 중앙의 공터를 중심으로 가장자리의 오르막길을 따라 도는 독특한 건축물이 있는 곳이다. 오르막길을 따라 수많은 공예품 상점들이 이어져있어서 볼거리도 많다. 지하에는 직접 공예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방이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해준다. 잊혀져가는 전통공예와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외국인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서울의 명소다.

 

인사동을 지나 종로3가 역으로 향하면 종묘가 나온다. 종묘는 조선왕조 왕과 왕후 및 추존된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유교사당이다. 때문에 삶이 묻어나는 다른 고궁들과는 달리 이곳은 좀 더 절제되고 장엄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조상의 혼령들이 다니는 신로를 피해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엄숙함이 저절로 느껴진다. 종묘에는 제사를 준비하던 재궁과 제사음식을 준비하고 제사용 집기를 보관하던 전사청, 제례를 지내던 정전, 정전의 신위를 옮겨 모시던 영녕전, 종묘제례와 제례악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는 종묘 교육홍보관으로 이뤄져 있다. 종로에 위치한 5대 고궁에 속하며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에서는 유형유산과 무형무산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례가 드문 곳이다. 바로 종묘에서 진행되는 ‘종묘대제’ 행사인데, 매월 5년 첫째주 일요일에 진행된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곳’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탐방지다.

종로에는 이렇게 역사와 문화, 전통이 어우러지는 명소들이 많이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교육의 현장이 되며, 어른들에게도 뜻밖의 신선한 여행이 될 것이다. 종로 곳곳을 다니면서 이렇게 역사문화탐방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익숙했던 것들이 새로운 것으로 바뀌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진 은 주  여행객원기자
홍냐홍의 비행(jineunjoo502.blog.me)

 

-여행정보

운현궁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464
관람시간: 11~3월 9:00~18:00 / 4~10월 9:00~19:00  (월요일 휴무)
입장료 없음

인사동 쌈지길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44 쌈지길
관람시간: 매일 10:30~20:30

종묘
서울시 종로구 훈정동 1
평일 09:00~18:00(화요일 휴관)
평일: 시간제관람(언어권별로 문화해설사와 동행) / 토요일 & 매월 마지막 수요일: 자유관람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