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자기 집이 없어 수년간 전월세로 살아가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빈집(空家)이 매년 증가한다는 아이러니는 엄연한 현실이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빈집은 106만9,000가구로 전체 주택의 6.5%에 달한다. 2010년 빈집 81만9,000가구에 비해 25만가구가 증가했고 과거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이다. 주택유형별 빈집으로 아파트가 가장 많고, 단독주택이 그다음 순위다. 그러나 빈집 증가율면에서는 다세대주택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인구주택총조사 통계자료는 조사 당시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을 말하며 신축돼 입주하지 않은 미분양주택을 포함한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폐가는 제외됐다. 건축법에서 말하는 빈집이란 지방자치단체장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로부터 1년 이상 거주자가 없거나 사용하지 않는 주택이나 건축물이다. 인구주택총조사와 건축법이 규정한 빈집의 정의가 달라 정확히 빈집의 숫자를 파악하기 어렵게 돼 있다.
학술적으로 빈집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미분양주택, 거주자가 없는 집, 폐가, 그리고 무허가 주택을 포함한다. 빈집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폐가와 무허가 주택 등을 포함하면 정부가 말하는 빈집의 숫자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빈집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며 빈집은 왜 문제가 되는가?
농촌지역과 도시지역으로 구분해 빈집 발생 원인을 생각해 보자. 농촌지역의 경우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바는 농촌인구는 노령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대부분 청장년층 인구는 도시로 이동했다. 농촌지역 빈집의 발생원인은 인구의 감소에 있다. 그러나 도시의 경우 빈집은 주로 도시쇠퇴와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 많은 도시들의 원도심(구도심)지구는 교외지역개발로 인해 주민의 이주가 많고 생활여건 및 커뮤니티시설이 열악해 주거환경이 악화됐다. 빈집은 주로 이러한 지역에 많이 발생했고 또 장기간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거나 사업성이 떨어져 빈집으로 방치된 경우가 허다하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도 빈집이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빈집이 전체 주택의 13.5%를 차지한다. 미국은 약 10% 수준이다. 빈집의 정의와 범위 설정도 문제가 되지만 빈집의 속성상 크게 두 가지로 구분 가능하다. 즉 양호한 빈집과 폐가 내지 불량화된 빈집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양호한 빈집의 경우 주택시장의 작동원리 관점에서 필요 빈집률 3~5%로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폐가 혹은 불량한 빈집의 경우는 재건축 혹은 재개발의 대상이거나 아니면 완전 철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015년 현재 빈집 106만9,000가구 중 약 30%에 달하는 31만4,000가구 30년 이상 된 주택이다. 즉 빈집은 낡은 주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러한 주택 노후화와 관리 부실은 심각한 상태임을 말해준다.
도시지역 빈집은 도시지역 재개발 재건축 등의 주거지 재생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과도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도심지의 폐가나 불량한 빈집의 경우 도시재생 혹은 도시주택재개발, 즉 주요한 도시관리정책의 대상이 됐다.
빈집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을 보면 국토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고 올햐 2월 8일 공포했다. 이 법에 따르면 상당부분 빈집에 대한 정책적인 정비 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지만 빈집 활용 및 예방차원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첫째,  빈집을 소유한 사람들이 왜 빈집 철거를 꺼리는 이유를 분석해야 한다. 알려진 바로는 철거를 하게 되면 나대지로 전환되며 중과세가 부과된다. 빈집 철거에 따른 세제를 재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다. 둘째, 정부(중앙정부, 지방정부)는 빈집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특히 빈집이 공간적으로 분포된 실태 및 빈집의 발생원인 등과 연계한 정확한 정보와 자료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빈집은 개인의 자산이기도 하지만 도시 관리적 차원에서는 매우 중요한 도시재생(도시 및 주택재개발)의 대상이 된다. 기존의 방식을 탈피해 빈집을 포함하는 해당 커뮤니티 전체의 재생프로그램을 도시별, 커뮤니티별, 입지별 등 매우 신축적이고 합리적인 재생모형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은 주택의 대량공급만을 지향하는 시대에서 공급된 주택이 아주 철저히 관리돼야 하는 주택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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