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07>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살인을 하고서도 처벌을 받지 않은 인물들을 전직 판사가 처형하고 자신도 자살을 한다는 내용인데, 그들이 저지른 죄는 무차별 사형판결을 남발한 판사, 제자의 자살을 부추긴 여교사, 술에 취해 수술하다 환자를 죽인 의사, 부하들을 적진에 두고 도망쳐온 군인, 자동차로 사람을 치여 죽였지만 벌금만 낸 남자, 심장병 환자의 심장약을 숨겨 죽게 한 자, 거짓 증언으로 실형을 받고 옥중자살하게 한 자, 밀림 여행 중 원주민을 굶어죽게 한 자 등이었다고 합니다.

1. 기본이 가장 어렵다.
소설의 인물들은 모두 법이 처벌하지 못하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입니다. 판결이라는 칼로 생명을 경시한 판사, 어린 제자에게 자살놀이를 가르친 선생, 술 마시고 수술한 의사, 부하를 버리고 혼자 도망친 상관, 심장병이 발작을 하는데 약을 감춘 사람, 식량을 훔쳐 굶겨 죽인 사람 등 모두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 호화스러운 무료 섬 여행에 초청했고 모두 초대에 응했다가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소설은 들키지 않으면 누구나 뻔뻔해지고 그 정도의 잘못은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면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직 판사가 본인을 포함해 직접 그들을 처벌한다는 내용으로 알려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기본과 양심을 어긴 죄는 무척 크다는 것을 말입니다.


2. 가장 완벽한 알리바이는 범죄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일반 법 앞에서는 완벽한 알리바리가 있었고 별도의 처벌을 받지 않았던 것인데 기본의 입장에서 보면 범죄자인 것입니다. 관리업무에 대한 감사를 하는 사람은 완벽한 업무처리를 요구합니다. 공동주택회계처리기준 제23조와 제24조는 현금 시재금과 예금통장은 금고에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어떤 금고를 말하는 것인가요? 은행의 금고는 별도의 구축물로 분류돼 재산세의 대상이 될 정도로 견고하고 그 금고를 대여해주는 일도 하는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어느 정도의 금고가 필요한 것인가요? 대부분의 단지는 소형금고 정도인데 누구나 노릴만한 금고에 시재금과 통장을 보관한다면 오히려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요? 회계감사를 하면서 금고에 보관하지 않아 회계기준을 어겼다고 지적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준은 지켜야 하지만 지킬 수 없는 기준은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법입니다.

3. 관리는 증거가 남습니다.
소설은 증거가 없어서 처벌받지 않은 범죄자들을 단죄하는 내용이지만 관리업무는 증거가 명백합니다. 누가 발의했는지 누가 반대하고 누가 동조했는지가 분명하고 입찰공고의 내용은 인터넷에 영구 보존되며 낙찰자의 입찰서류만 보관하던 것을 2017년부터는 모든 응찰자가 제출한 서류도 5년간 보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왜 5년일까요? 감사는 5년 전까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으로 지금 내가 처리한 모든 업무는 5년 후에 감사할 수 있도록 증거자료를 남겨 두라는 것입니다. 감사하는 사람은 지적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기본을 지켜야 합니다. 위반행위와 처벌규정은 행위시의 법령에 따라야 함에도 하자보수의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한 하자보증금 사용규정의 처벌기준을 오인해 개정 전에 지하주차장 LED 공사에 사용한 것도 처벌대상이 된다고 서면으로 회신해 결국 입주자대표회의가 해산한 사례도 있는 등 문제를 만들 수 있으므로 감사를 하는 사람도 많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과거는 어제가 모인 것이지만 미래는 오늘 결정되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어떤 방법으로라도 지적받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감사를 받고도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참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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